[정치권 진승현리스트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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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승현 게이트'가 다시 정치권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陳씨가 로비대상으로 삼았다는 정.관계 인사들의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신광옥 전 법무부 차관 조사를 계기로 정치인 사정(司正)이 본격화할까봐서다. 이럴 경우 여야 대치로 정국은 격렬한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陳씨나 국정원 간부(김은성 전 2차장,김형윤 전 경제단장, 정성홍 전 경제과장)와 직.간접 접촉이 있었던 인사들을 겨냥해 '민주당 K.P의원, 한나라당 L.J의원 등 10여명이 관련됐다'는 막연한 소문이 나돌았다. 최근엔 민주당 당료 출신인 최택곤씨의 로비스트 역할이 부각되면서 전.현직 의원 3~4명이 추가로 거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각 당은 14일 일단 진상규명을 강력 촉구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정권의 도덕성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리스트가 있다면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총무는 "진승현 리스트는 존재하며, 대상은 10명이 넘는다"면서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 역시 성역(聖域)없는 수사와 신속한 수사, 관련자 엄중 문책 등을 요구했다. 또 여권 관계자는 "리스트가 있다면 한나라당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맞공세에 나섰다.

여권 주변에선 30명 안팎의 전.현직 의원들이 陳씨로부터 돈을 받았고, 야당 쪽도 상당수 포함됐다는 소문이 나돈다.

이를 의식한 듯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진승현 리스트가 정치적 목적이나 국면 전환용으로 악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정국 흐름이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꾸지 못하도록 이번 사건을 '권력형 비리'로 규정해 특검제 상설화를 몰아붙일 방침이다.

민주당과 여권의 사정은 더 복잡하다. 여권 주변에선 '동교동계 구파의 쇠퇴설','국정원.검찰 갈등설','국정원 내분설','검찰 수뇌부의 패권다툼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동교동계 구파의 쇠퇴설은 최근 줄줄이 낙마한 이무영 전 경찰청장,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 辛전차관 등이 특정 인사와 가까웠다는 관측 때문에 나온다. 동교동 구파인 K의원의 5천만원 수수의혹도 이런 시각을 부채질한다.

심지어 개각을 앞두고 신건 국정원장.신승남 검찰총장(사시 9회)의 후임을 의식한 자리다툼 때문에 정보가 새나가고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辛전차관은 사시 12회로 지난 9월까지 1년7개월간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아 사정팀을 총괄했었다.

이달 초 검찰총장 탄핵안 파동 때 한나라당은 "愼총장이 퇴진하면 辛차관이 검찰총장에 임명될 것"이라고 주장할 만큼 유력한 차기총장 후보였다.

진승현 리스트의 출처를 국정원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陳씨와 가까웠던 정성홍 전 과장이나 그의 윗선이었던 김은성 전 2차장이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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