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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어린이 성착취' 단호히 대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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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금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어린이들은 지구 어느 곳에선가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

도쿄(東京) 교외의 한적한 거리에서 방콕의 사창가, 모스크바의 기차역, 탄자니아의 고속도로, 마닐라의 거리 그리고 파리의 포르노 웹사이트에 이르기까지 극악무도한 일들이 일상 다반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어린 소녀와 소년들은 어른들의 추악한 탐욕이 만들어낸 수십억달러 규모의 섹스산업의 부속품처럼 거래되고 있다.

연간 1백만명에 달하는 동남아시아의 어린이들이 섹스산업에 내몰리고 있으며, 지난 30년 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3천만명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돈벌이를 위해 성적 착취를 당했다. 이제 우리는 이같은 현실에 분개하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17~20일 일본 요코하마(橫濱)에서 열리는 '어린이 성 착취 방지를 위한 제2회 세계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들은 이 문제를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어린이 성 착취 문제는 어린이들의 인권침해로 해석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고, 교육을 받고, 자유롭게 뛰놀 권리가 있다. 하지만 성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성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평생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성 폭행이나 성 착취가 사창가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 대한 성 폭력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그것도 아이들이 신뢰하거나 저항할 수 없는 상대방에 의해 자행되는 경우가 많다. 성폭행을 당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매춘산업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난민촌과 고아원 등에 버려진 여자아이들은 섹스산업의 표적이 되고 있다.

상업적인 성 거래가 만연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전쟁과 가난, 사회의 급격한 도시화, 전통적인 가족형태의 붕괴, 선정적인 매스미디어 등 다양하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성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이며,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1996년 각국 정부는 스톡홀름에서 열린 '어린이 성착취 방지를 위한 제1회 세계회의'에서 그간 공공연히 자행돼온 어린이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근절해야 한다는데 합의했다.

스톡홀름 회의 이후 이 문제에 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니세프에서도 폭력에 노출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 이 결과 어린이들의 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조직들에 대한 조사작업 역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아동인신매매와 매춘.포르노.마약밀매 등 불법행위에 어린이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아동노동철폐에 관한 협약'과 다국적 조직범죄에 대항하는 유엔협약, 그리고 유엔의 어린이인권협약(CRC)은 전 세계 차원에서 마련한 어린이 보호장치다. 이번 요코하마 회의에서는 흉악한 범죄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법처리 문제가 논의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행동보다는 개개인의 관심과 열의가 우선한다. 유니세프는 지난해부터 전세계 어린이들의 삶을 변화시키자는 취지의 '어린이를 위한 세계운동(Global Movement for Children)'을 추진하고 있다.

요코하마 회의는 어린이들의 성 착취문제가 오늘날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사실을 또 한차례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전세계 수백만 어린이들의 생명과 미래는 전적으로 우리의 결정에 달려있다.

캐롤 벨라미 <유엔아동기금 총재>

정리=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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