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BS-2 '생방송…' 진행 정용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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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용석(鄭龍錫.58.사진)앵커는 지난 4월 생방송 중 '코피 사건'으로 KBS의 이미지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S-1TV의 아침 뉴스에서 국제문제 해설을 하다가 과로에 독감이 겹쳐 코피가 났는데도 이를 모른 채 진행한 것이다.

많은 시청자들은 방송에 대한 그의 열정에 감동했고 그동안 'KBS가 인력이 많아 일을 열심히 안하는 것 아니냐'던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될 정도였다.

지난 6월 말 정년퇴직해 KBS-2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 '생방송 열린 아침 정용석입니다'의 진행을 맡은 그에게 이 사건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TV 시청자들은 진행자의 얼굴과 넥타이 등 외모를 눈여겨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라디오는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청취자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할 수밖에 없지요. 때문에 더욱 말조심을 하게 되고 알기 쉽게 풀어서 얘기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얘기를 많이 할 수 있는 게 라디오의 장점 아닐까요."

방송계와 보도국 후배들은 그를 '전문 방송인'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정년퇴직 후 방송계의 관리직이나 정치권에 몸담지 않고 현장에서 계속 마이크를 잡은 드문 경우여서 그런지 그를 방송인의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걸프전을 현장 취재하고 도쿄.런던 특파원을 지내는 등 해외 취재에 15년을 보낸 그를 저널리스트보다 방송인으로 생각하는 방송기자들이 많아 그 이유를 물어봤다.

그는 "데스크가 요구하면 이유를 내세우지 말고 성실하게 객관적 상황을 취재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보도국에서 '기자는 취재를 바탕으로 나름의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반대시각이 있다고 하자 그는 "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 사고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기자가 일단 해보고 안되면 데스크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방송기자의 전문성을 키워주는 체계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테러.무기.항공사고 등 각 분야의 전문기자 양성은 수없이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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