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진 첫 통합시 선거 ‘지역주의’ 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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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창원 지역 노동계 대부(代父)로 통하는 민주노동당 문성현 후보는 이날 오전 선거사무실에서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선관위 주최 방송토론회 준비에 몰두했다. 오후 6시에는 창원 상남동 분수대 앞에서 열린 야 4당 합동 유세에 참석해 정부의 노조 강경책을 비난하며 ‘한나라당 심판론’을 강조했다. 마산과 창원지역 노동자들에게 여권의 노동정책 실패를 부각시켜 표밭을 갈겠다는 전략이다.

#마산 부시장을 지낸 무소속 전수식 후보는 오전 7시부터 마산역, 창원 소답동, 마산 내서읍을 차례로 돌며 유세를 펼쳤다. 박 후보와 문 후보가 창원 표를 나누고 자신이 마산 표를 독식하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이날 유세장에 자신의 3개 시(마산·창원·진해)의 운동원을 총동원해 세를 과시했다.

경남 창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통합신도시 시장을 뽑는다. 3개 도시가 통합되다 보니 소 지역주의가 팽배하다. 통합도시의 부작용이다. 창원은 인구 108만 명에 예산은 2조2000억원(2010년 3개 시 합계), 지역총생산(GRDP)은 21조7639억원(2006년 기준)으로 전국 최대 기초단체다. 공무원 수는 3792명으로 광역시 울산의 2294명, 대전의 3112명, 광주의 3002명보다 많다.

이번 선거에는 7명이 출사표를 던져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경쟁률도 가장 높다. 판세는 한나라당 박완수 창원시장과 민주노동당 문성현 전 대표, 무소속 전수식 전 마산 부시장 간 3파전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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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변수가 적지 않다. 창원을 근거지로 한 박·문 후보, 마산을 근거지로 한 전 후보 등 창원·마산 간 지역 대결 구도 속에 진해 지역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진해 표심이 승패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역별 유권자 수는 창원 37만6000여 명, 마산 32만1900여 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진해는 12만9000여 명이다.

최대 이슈는 통합시 청사 문제다. 3개 시는 통합 과정에서 시 명칭을 ‘창원시’로, 임시 청사는 ‘현 창원시청사’를 사용키로 결정했다. 대신 새 청사 소재지는 마산종합 운동장과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를 1순위로, 창원 39사단 부지를 2순위로 해 전문기관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 통합시 의회에서 결정토록 했다.

역사성·시세(市勢) 등을 감안한 결정이지만 마산·진해시민이 “통합으로 얻는 게 없다”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통합시 청사 신축을 불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합시장’마저 창원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며 소외감은 위기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이런 위기감은 지역별 지지도와 연결된다. 박 후보는 “경쟁후보(전수식 전 부시장)가 마산에서 출마한 데다 마산은 창원에 대한 소외감이 강해 마산에선 전 후보가 비교우위에 있고 문 후보는 고정지지가 있다”며 경계했다. 문 후보는 “민노당 출신 국회의원(권영길)이 두 번 당선되면서 창원에선 노동자 중심의 표, 진해에선 반한나라당 표를 얻을 수 있지만 고령화하는 마산에선 약세”라고 분석했다.

통합시 청사에 대한 해법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박 후보는 “기존 통합준비위원회의 결정을 존중, 통합시의회에서 주민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새 청사는 주민투표에 부쳐 시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후보는 “마산·진해시민이 한나라당에 속고 있다”며 “마산·진해에 반드시 통합시 청사를 가져오고 청사를 빼앗기는 곳에 통합시 인센티브를 대폭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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