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세 차례나 군수 지내며 안주” “대형 국책사업 마무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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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박 후보에 맞서 4선에 도전하는 무소속 엄태항 후보는 이날 명호면의 노인회관을 찾았다. 비가 와서 농사 일을 멈춘 어른 7∼8명이 있었다. 엄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자 “왜 공천을 못 받았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가 “운이 없는 것같다”고 하자 “당보다 사람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격려가 되돌아왔다. 엄 후보는 “깨끗한 선거를 기대하는 주민들의 요구 때문에 식사 값 부담 등이 없어져 선거운동이 지난번보다 훨씬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봉화군에는 ‘돈 선거 없는 청정 봉화’ ‘우리 지역은 부끄럼없는 선거를 치르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 30여개가 나붙었다. 군 선거관리위원회와 지역 기관·단체들이 내걸었다. 금품 선거로 두 차례나 주민들이 집단으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봉화군에서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군수 당선자 측으로부터 10만∼20만원을 받은 주민 147명이 벌금형 등을 받았다. 또 지난 1월 치러진 상운농협조합장 선거 때는 5만∼50만원을 받은 혐의로 주민 510명이 조사를 받았다. 그래서 군 선관위는 정보 수집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봉화군수 선거는 초선 도의원으로 군수에 첫 출마한 박노욱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으로만 세 차례 당선된 엄태항 현 군수의 2파전으로 펼쳐지고 있다. 엄 후보는 민선 1-2기를 연임하고 3기에 불출마한 뒤 4기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선거의 쟁점은 현 군수의 4번째 임기 도전이다. 한나라당 박 후보 측은 “엄 후보가 세 차례나 군수를 하면서 비전없이 안주한다”며 “군수가 오래 집권하면 토착비리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엄 후보는 “한나라당이 4선 도전자여서 공천을 주지 않았다”며 “이번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벌려 놓은 국립 백두대간수목원 조성 등 대형 국책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의무”라고 주장했다. 한 유권자(49)는 “경륜과 패기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 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봉화군의 인구는 3만 4302명에 유권자는 2만 9500여 명. 안동MBC가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지지율은 엄 후보 35.5%, 박 후보 29.8%로 나타났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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