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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뒤 노인인구 24% … 사회의 짐이 아닌 주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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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20년 뒤 노인인구 비율도 현재(11%)의 두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2030년 국내 노인인구는 약 24%로 OECD 국가 중 4위에 오른다. 노인인구가 넘쳐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급증하는 노인 수는 우리 사회를 불행하게 하는 장애물일까.

김일순(73·사진) 한국골든에이지포럼 초대 회장(공동대표)은 “노인인구와 수명이 느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라고 잘라 말했다. 인구구조가 잠시 역피라미드가 되지만 궁극적으로 원통형의 이상적인 구조가 되기 위한 일시적 진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노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심리학회가 조사한 연구결과에서도 70, 80대가 가장 인생을 행복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에서 고통받는 병사 사진과 승리를 하고 환호하는 사진을 놓고 피험자의 시선을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젊은층은 죽어가는 병사에게, 노인은 승리자의 사진에 주목하더랍니다.” 이는 노인들이 인생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방증한다. 게다가 사회와 가족 부양의 의무를 벗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춰 인생의 황금기를 누린다는 것. 포럼의 이름을 ‘골든 에이지’로 정한 배경이다.

지난해 10월 창립한 포럼은 의료·문화·법조계 등 사회 각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70세 고령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이 포럼이 주창하는 것은 앞으로 1400만 명까지 늘어날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이다. 고령자의 시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산업을 지원해 고령자가 사회의 짐이 아닌 주역으로 살도록 하는 것이 포럼의 역할이라고 했다.

“지금의 정책은 복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장래 노인이 될 사람을 대상으로 노후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는 현재 노인보다 40대가 가장 행복한 노년을 맞을 거라고 예측했다.

“현재의 노인은 이렇게 오래 살지 몰라 노후준비가 전혀 안 돼 있죠. 하지만 40대는 재력과 건강을 고루 갖춘 데다 고령에 대한 준비도 잘하고 있습니다. 80살이 돼도 지금의 60대처럼 활동적으로 살 수 있죠.” 따라서 “정부도 이들을 돈을 쏟아붓는 복지 대상으로만 보는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노인은 어떻게 여생을 사는 것이 이상적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르신 봉사단 등을 만들어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보탤 예정이라고 했다.

포럼은 현재 고령자를 뜻하는 ‘노인’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이라고 판단해 외부 용역을 줘 ‘어르신’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노인의 자립생활을 돕는 복지용품 개발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노인이 600만 명인데 고령친화용품은 고령자 중 10%에 불과한 불구노인을 위한 것뿐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노인들을 위한 걷기 운동 지침서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걷는 것만으로 병원 방문율을 40%나 줄인다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노인들에게 걷기만큼 건강을 보장하는 수단은 없지요.”

글=황운하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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