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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늘어난 만큼 소비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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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소득은 조금 늘어난 반면 어쩔 수 없이 내야 하는 세금이나 대출 이자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또 물가가 오르면서 전기료.수도료.식비 등 기본 생활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10가구 중 3가구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통계청은 3분기 전국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이 288만7500원으로 1년 전보다 19만6000원(7.3%) 늘었다고 30일 밝혔다. 월 평균 지출은 232만8700원으로 14만8400원(6.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기가 좋아질 것 같지 않아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를 늘리지 않은 것이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소득은 1년 전보다 2.8% 늘어나는 데 그쳐 체감 소득 증가는 미미했다. 실질 소비 증가율은 1.3%에 불과했다.

반면 각종 부담금은 크게 늘어 세금.연금.이자 상환 등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돈(비소비 지출)이 1년 전보다 4만2200원 증가했다. 소득이 20만원 가까이 늘었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처분 가능 소득)은 15만원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얘기다.

세금은 월 7만6800원으로 11.9% 늘었고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는 7.1% 증가했다. 특히 대출 이자가 포함된 기타 비소비지출은 월 15만2600원에 달했다. 이는 1년 전보다 21% 늘어난 것으로 가계 빚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기본 생활비에 해당하는 주거비 부담은 7.2% 늘었고,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광열.수도비 지출은 10.9% 증가했다. 또 물가가 오르면서 식비와 각종 가사용품 구입비가 각각 8.8%와 13.5% 늘었다. 사교육비에 해당하는 보충 교육비 지출은 8.2% 증가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가구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소득이 낮은 하위 30% 소득 계층에선 절반이 적자 상태였다. 계층 간 격차도 벌어져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7.3배에 달했다. 2분기에는 6.8배였다.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처분 가능 소득 가운데 실제로 쓴 돈(소비 지출)의 비율은 78%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줄었다. 교양.오락비, 교통.통신비, 이.미용비, 장신구 구입비 등을 최대한 억제했기 때문이다.

가구.의약품 구입 비용은 1년 전보다 감소했다. 목돈이 들어가는 소비는 하지 않고 웬만해선 약도 안 먹는다는 얘기다. 반면 담배 구입 비용은 11% 증가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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