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출판 · 실용서] 카트린 M의 성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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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프랑스의 한 여성 현대미술 평론가가 자신의 성(性)을 완전히 노출시켰다. 30여년간 성생활을 책을 통해 털어놓는 전위예술 행위랄까. 신간 『카트린 M의 성생활』은 문학장르의 개념을 벗어난 '이야기'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실감도 그때문.

그 소재가 폭넓은 섹스라는 점과 표현의 대담함에서 우리에겐 낯선 단계를 넘어 두려움까지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허무와 사치가 극에 달하면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를 세기말적 광란의 섹스파티. 저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 인간 욕망과 윤리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 1960~70년대 프랑스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이 책은 올해 초 프랑스에서 출간될 때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완전히 속내를 까발려 보이는 노골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자의 사회적 신분이 관심을 집중시켰다. 저자 카트린 밀레(53)는 프랑스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미술 잡지 『아트 프레스』(72년 창간)의 편집장이다.

그녀는 베니스 비엔날레 등 국제 전시회의 큐레이터를 맡았고, 광주 비엔날레와 아트선재센터의 특강을 위해 한국을 두 번 방문하기도 했다. 그녀가 쓴 『프랑스 현대 미술』(시각과언어사),『드니즈 르네와의 대화』(시공사) 등이 한국에서 번역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의 남편인 소설가이자 사진작가 자크 앙릭(62)과의 관계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68혁명 세대'인 이들은 "세금 때문에 결혼했고", 서로의 자유로운 성생활을 침해하지 않는다.

18세때 첫 경험을 한 저자는 이후 얼굴과 이름을 분명히 기억할 수 있는 49명의 남자 이외에도 집단 성행위를 통해 수많은 남자들을 섭렵한다. 자녀는 없다. 자녀가 있었다면 이렇게 자신을 노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녀는 왜 그렇게 문란한 성생활을 했을까. 성의 해방이론이 나오던 시대 조류, 다시 말해 성의 자유와 평등, 혹은 성적 사회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그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아가 그 은밀한 사생활마저 스스로 낱낱이 공개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객관적 서술이란 냉정함 뒤에서 저자는 언급이 없지만, 자유의 무한 확대가 인간의 욕망을 어디까지 끌고가는지를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발견한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책의 노골적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며 비교적 호평을 한 점도 우리와의 문화 차이를 실감케 한다. 르몽드는 "아주 훌륭하고 잘 쓰여진, 우리를 완전히 아연실색케 하는 책…외설이나 음란이란 말은 당치 않다"는 서평을 실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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