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일반 국민들 "대기업 · 기업인 싫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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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기업과 기업가는 좋다'(대학 경제학과 교수)

'아니다. 좋지 않다'(일반 국민과 대학생)

한국경제학회(회장 김병주 서강대 교수)가 최근 한국인들의 '기업에 대한 정서'를 조사해 보니 전문가집단과 일반인 사이에 이렇게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조사는 일반인.대학생.대학교수.기업인사담당자.신입사원 등 다섯개 집단(총 2천2백14명)을 대상으로 한 것.

학회는 14일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세미나를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서강대 남준우 교수는 "조사 결과 일반국민의 기업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생각보다 컸다"고 말했다. 南교수는 "언론 등에 단편적으로 비춰지는 기업이나 기업가에 대한 인상이 일반인의 기업관으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학회 관계자는 "다소 이례적으로 '기업을 보는 눈'을 조사한 이유는 경제 불안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가 기업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라며 "기업 스스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노력을 해야겠지만,국민도 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인과 대학생들이 좋지 않게 보는 것은 대기업이다. 기업의 정경유착과 족벌경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대학교수들은 절반 이상이 대기업과 기업가를 좋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기업은 근로자 복지.국가 발전 등 공익에 기여해야 하며 기업가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견해. 그렇다보니 자기 이익을 챙기는 기업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교수들은 기업은 이익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77%),기업가 재산은 본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53.2%)고 지적했다.

전문가와 일반인들은 그러나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렵다는 데는 90% 이상이 함께 동의했다.

그 이유는 과도한 규제와 금융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대학생들도 기업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75%)고 밝혔다.

대학 교육도 문제로 지적됐다.대학교수들도 69%가 경제 교육이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SK 손길승 회장은 14일 발표장에서 기업인을 대표해 주제 발표할 계획이다.

孫회장은 "경쟁에서 도태된 기업가가 경영상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지만 기업과 기업가를 죄인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기업은 투명하게 경영하는 노력을 계속해야겠지만 기업 의욕을 북돋워주는 사회풍토 조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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