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의 악순환 중동사태 Q&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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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동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과격단체의 자살폭탄테러로 촉발된 최근의 분쟁은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보복공격을 초래하며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중동사태를 문답으로 짚어본다.

-자폭테러는 왜 계속 일어나나.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에 대한 보복의 성격도 있지만 일차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절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미국이 테러전쟁에 앞서 아랍권을 회유하기 위해 내걸었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비전이 구체화하지 못한 채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투쟁이 국제적 고립만 초래하자 과격단체들이 자폭테러라는 마지막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스라엘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모든 접촉을 중단키로 선언했나.

"국내 강경여론을 고려한 조치다. 이스라엘에서는 자폭테러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또 다른 의도는 아라파트 수반을 흠집내기 위해서다. 최근 이스라엘은 잇따른 자폭테러에 대한 보복조치로 아라파트 수반의 경호부대와 자치정부 건물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퍼붓는 등 아라파트 수반에 모든 책임을 떠넘겨 왔다. 그러나 아라파트 수반이 테러범 색출과 후속 테러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빌미를 잡은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자치정부의 권위와 대표성에 타격을 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아라파트 수반을 제거할 것인가.

"이스라엘이 직접 나서 아라파트를 살해하거나 추방할 가능성은 작다. 아라파트를 무력으로 제거하면 팔레스타인 내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돼 팔레스타인이 똘똘 뭉쳐 이스라엘과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결국 대대적인 중동전으로 번질 우려가 있어 이스라엘이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카드다."

-이번 사태로 중동평화 협상은 중단되는가.

"샤론 총리는 아라파트 수반과의 접촉 중단을 선언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 허용을 골자로 한 '오슬로 평화협정'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동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최근 행보를 오슬로 협정 폐기로 단정짓기는 이르다고 분석하고 있다. 샤론 내각의 군 배치 결정이 요르단강 서안을 다시 차지하기 위한 사전단계라기보다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의 조직원을 체포하고 무기를 압수하기 위한 군사작전의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권하.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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