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쓴 꼬마일기] 맘 편히 쓰기엔 동전이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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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얼마 전부터 나는 엄마에게 일주일에 1천 원씩 용돈을 받기로 했다.

처음에 용돈을 받기 시작했을 때는 그걸 쓰기가 너무 아까웠다. 무엇을 사려 해도 진짜 필요한 것이 아닌 것 같아 몇 번씩 망설이다가 못 샀다.

그래서 용돈을 모아 엄마 선물도 사드릴 수 있었다. 천 원짜리 종이 돈은 더욱 더 쓰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종이 돈이 아니라 동전으로 달라고 했다. 종이 돈은 쓰기가 어려워 백 원짜리 열 개나 오백 원짜리로 받았다.

이제는 팽이줄 한 개나 상가에서 파는 컵 떡볶이 한 번 사 먹으면 용돈 받는 월요일에 다 써버리게 됐다. 그러다 보니 다음 용돈을 받게 되는 월요일까지 일주일이 너무 길었다.

집에서 아주 가끔 굴러다니는 백 원짜리 동전이나 십 원짜리 동전, 아빠가 퇴근하시고 주머니에서 나오는 동전을 눈을 밝히고 좇아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집에 이모가 오셔서 용돈으로 만 원짜리를 주시는 거였다. 으악! 차라리 백 원짜리 열 개를 주시지 그런 종이 돈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이모가 가시고 나면 엄마는 만 원짜리는 분명 저금하라고 하실 거였다. 나도 저금해야 하는 것으로 알지만 단 백 원도 내 맘대로 쓸 수 없어 너무 억울해 받기를 망설였다. 그랬더니 이모가 알아차리시고 종이 돈에다가 동전 지갑을 열어서 오백 원짜리를 있는 대로 골라 주시는 거였다.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엄마는 옆에서 그것도 저금하라고 하신다. 백 원짜리도 열 개면 천 원, 천 원짜리가 열 개 모이면 만 원 하시면서 뭐라고 말씀하시지만 귀에 하나도 안 들어 왔다. 누가 뭐래도 나는 요즘 동전 쓰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김지희 <서울 용화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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