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생각 여자마음] 끝말 잇기 하며 하고 싶은 말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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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송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분주해지는 연말연시다.

선가(禪家)에 '정(靜)하려거든 동(動)하고, 동(動)하려거든 정(靜)하라'는 말이 있다. 분주한 가운데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안정.안지 부부는 들썩거리는 연말 분위기를 피해 두 사람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져보려 이색 끝말 잇기 게임을 개발해냈다.

단어의 끝말을 이어가면서 그 단어를 통해 떠오른,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임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이란 단어를 말하고는, "주차하는 데만 두 시간 걸리는 세일 때엔 절대 가지 말자"라는 식으로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이어나가면 된다.

안정: 기차-눈오는 날 우리 꼭 춘천 가는 기차 타자.

안지: 차질-차질 없이 진행해야 돼.

안정: 질레트-물론이지. 참, 나 면도기 하나 사야 되는데.

안지: 트집-오케이. 내가 골라줄 테니까 트집 잡지 마.

안정: 집념-이봐 안지, 시나리오 쓰는 거 잘 돼? 집념을 갖고 열심히 써야 돼.

안지: 염려-염려 마. 공모에 당선되면, 한 턱 내는 거 알지?

안정: 여자-당신 같은 여자를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해.

안지: 자기-나 역시 그래. 자기랑 결혼한 올해를 잊을 수 없을 거야.

안정: 기침-감기는 다 나았어? 웬 기침을 그렇게 해? 검사라도 받아볼까?

안지: 침소봉대-안 그래도 돼. 당신 코에 난 뾰루지나 어떻게 해봐.

안정: 대결-오늘은 무슨 대결로 저녁하기 내기할까? 배드민턴? 끝말 잇기에서 진 사람이 하기?

안지: 결사반대-아니, 오늘은 당신이 하기로 한 날이니까 그냥 당신이 해. 대신 내가 설거지는 하지.

안정: 대꾸-대꾸하고 싶지 않군.뭐 해 먹을까?

안지:꾸… 꾸.

안정:5,4,3,2,1. 이겼다.

안지: 그래 졌다. 우리 이번엔 '자기 스스로에게 할 말 하기'로 바꿔서 해보자.

안정:예를 들면?

안지: 음,'허리'하면 '내 날씬한 허리에 자꾸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게 된다'고 하고,'미모'하면 '내 완벽한 미모에, 저절로 나르시시즘을 공부하게 된다'라고 하면 되지.

안정: 나,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겠어(얼굴 색이 변하며 급히 일어나 자리를 뜬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끝말 잇기 속에서 해보세요.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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