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 조훈현 반격 1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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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조훈현(曺薰鉉)9단이 전날 창하오(常昊)9단에게 당한 '반집패'를 '반집승'으로 설욕했다. 12일 상하이(上海) 화팅호텔 특설대국장에서 열린 중앙일보 주최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 2국에서 曺9단은 중반 양곤마가 몰리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잘 극복하며 후반 맹추격에 나서 2백62수 만에 반집승을 거뒀다.

중국의 1인자 창하오9단은 마지막까지 승리의 기회가 있었으나 우승에 대한 부담감 탓인지 이를 놓쳤고 曺9단은 탁월한 순발력과 대담성으로 기적같은 반집승을 낚아챘다.

한.중 양국의 바둑 자존심을 걸고 2001년 최고의 명승부를 펼치고 있는 두 기사는 14일 같은 장소에서 최종 결승전을 벌인다. 우승상금은 2억원이다.

○…창하오9단의 세계 대회 첫 우승을 고대하는 중국의 40여명 기자들과 체육부 관리 등 관계자들 때문에 검토실은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창하오9단의 부인이자 중국 여성 바둑의 최강자인 장쉬안(張璇)8단이 검토를 주도했고 프로들은 그 주위에 포진해 온 종일 열띤 분위기.

○…전날의 첫판에서 창하오9단의 실리전법에 어려움을 겪었던 曺9단은 2국에선 초반부터 특유의 속력 행마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발빠른 실리전법을 구사.

하지만 중반 무렵 曺9단은 지나친 실리 추구가 화근이 돼 양곤마가 몰리는 커다란 위기를 맞았고 공개 해설장에 가득 운집한 중국 팬들은 창하오의 2대0 승리를 예상한듯 손에 땀을 쥐며 숨을 죽였다. 그러나 승부가 曺9단의 극적인 반집승으로 낙착되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모습.

○…이번 삼성화재배 결승전은 상하이 TV가 계속 생중계하고 베이징(北京)의 중앙방송인 CCTV도 기보를 받아 동시 방영해 중국 전역의 바둑팬들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TV 리포터들은 창하오가 曺9단을 꺾고 우승한다면 이것은 중국 바둑이 '공한증'을 극복하고 세계 바둑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하이=박치문 전문위원

白 : 조훈현 9단

黑 : 창하오 9단

<하이라이트 해설>

상변에서 하변까지 뻗어나온 백 대마가 아직 미생인 가운데 흑은 실리에서 성큼 앞서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백 위기의 순간. 그러나 창하오는 흑1로 우변의 응수를 물으며 결단을 망설였고 여기서 曺9단의 묘수 백2가 등장했다. 흑은 1의 의지를 살려 3으로 응수한 뒤 9~15 미뤄뒀던 공격에 나섰다.

하나 16이 상변 흑대마의 사활을 노리는 선수였고, 이 선수로 대마의 안전을 확보한 曺9단은 쟁탈의 요소이자 반상 최대의 곳인 18에 뛰어들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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