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기업, 5년만에 700개 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1996년 7월 ‘한국판 나스닥’으로 출범한 코스닥시장의 등록기업이 12일 7백개를 넘었다.이날 새 식구가 된 6개사를 합친 코스닥 등록 기업은 7백4개(뮤추얼펀드 18개)로 형님 격인 증권거래소의 상장기업(6백87개)보다 많아졌다.

홍콩증권거래소 탐 데렉 부이사장은 “코스닥은 나스닥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성공한 신시장”이라며 “코스닥의 활기가 부럽다”고 평가했다.

코스닥시장의 공과를 살펴보면,우선 기업의 자금 조달이 활발했다.공모금액을 기준으로 99년 2조1천82억원,지난해 2조5천6백86억원의 자금조달이 이뤄졌다.유상증자의 경우 99년 3조2천8백57억원,지난해 5조1천7백21억원에 이르렀다.벤처기업들의 자금 숨통을 터준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부터 코스닥의 거품이 빠지면서 코스닥지수가 지난 9월 17일 46.05포인트까지 주저앉았다.불과 1년여 만에 지수가 84%나 하락한 것.98년 6월부터 3년동안 코스닥시장 전무를 지낸 유시왕 삼성증권 고문은 “턱없이 높은 공모가를 책정해 한탕 해 먹고 나가려는 세력들이 판을 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불과 5년여 만에 전 세계 증시 중 시가총액 기준 33위,거래대금으론 17위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코스닥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투명성 확보와 등록기업의 수익성 강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증권연구원 오승현 연구위원은 “이제 성장성 하나만 믿고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코스닥 등록기업들이 수익성을 높여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시왕 삼성증권 고문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비중을 보면 거래소가 52%인 데 비해 코스닥은 10%에 불과해 시장이 불안정한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 중심의 시장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