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의 기준 따라 목표를 세우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67호 04면

엄마나 아빠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늘었습니다. 배우자와 이혼을 하거나 사별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경우도 있고, 여성의 경우 어린 나이에 뜻하지 않게 엄마가 된 ‘리틀맘’ ‘미혼모’도 적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비혼모’도 눈에 띕니다. 이들 모두를 일컬어 ‘싱글맘’ ‘싱글대디’라 하죠.
어찌 보면 세련돼 보이는 용어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보는 사회의 시선은 삐딱하거나 냉소적이기 쉬우며, 잘해야 측은해하는 정도입니다. 말 그대로 ‘총’ 같은, 그런 ‘눈총’에 맞기를 거부하는 책이 있습니다.

김수경의 시시콜콜 미국문화 - 아이들 이름 짓기 변천사

『아빠는 필요 없어』(김양원 지음, 거름). 싱글맘 경력 5년째인 라디오 PD가 자신의 고민과 애환은 물론 각오와 기쁨을 담담하게 정리한 에세이집입니다. 제목과 달리 발칙하지 않습니다. 찬가는 아니지만 싱글맘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담았습니다.아무래도 짠한 이야기가 많네요. 이혼 후 처음 맞은 추석, 갓 돌 지난 아이를 안고 친정을 찾았을 때 아버지는 황망한 얼굴에 입을 꾹 다물었고 어머니는 한숨을 몰아 쉬더랍니다. 부모에게 마음고생을 시킨 지은이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고요.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데 더욱 난감한 상황도 있다네요. 아이가 “왜 나는 엄마랑만 사느냐”고 물을 때라더군요.

또 있습니다. ‘결손가정’을 배려하지 않는 유난스러운 ‘가족교육’ 이야기입니다. 가정환경 조사서며, 부모 얼굴 그리기 등 모두 그렇게 진행되니 상처받는 이가 생기죠.“지난봄 우리 작은 아이가 학교에서 ‘우리 가족’을 그리다 엉엉 울었답니다…교과서를 보니까 아빠가 없는 그림이 없어서 이모부를 그렸고, 그리고 나니 이모도 그려야겠는데 자리가 없어 다시 그리려니 속상해서였다고 합니다.”

지은이가 인터넷에서 찾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엄마의 글입니다. 그러면서 이혼율이 급증하고 드라마에서도 싱글맘, 싱글대디가 툭하면 나오는데 선생님들은 이혼도 안 하고 사별도 안 하는 ‘신의 자식’이라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아차’ 싶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은이는 씩씩합니다. 학교 다닐 때 수업 한 번 빼먹은 일 없고, 요즘도 아침운동은 술 먹고 늦게 들어간 다음날도 시간을 줄일지언정 빠뜨리지 않았다는 이 성실녀. 성실한 사람도 이혼할 수 있다고 되뇌죠. 식탁의 등을 달기 위해 을지로 조명상가를 헤매 등을 찾아서는 아들과 함께 쩔쩔 맨 끝에 등을 달고는 어리바리한 남자들에게 “형광등 전구는 갈아 끼워봤나? 아니 형광등은 달아봤나?”고 당당하게 물어보리라 다짐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올 정도입니다.

아마 지은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세상을 떠난 장영희 서강대 교수의 글로 집약될 듯합니다. 지은이가 인용한 대목은 이렇습니다.“내가 살아보니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고…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내 인생을 잘게 조각 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입니다.”싱글맘, 싱글대디에게는 힘이 됩니다.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이해의 지평을 넓혀줍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을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책입니다.


경력 27년차 기자로 고려대 초빙교수를 거쳐 출판을 맡고 있다. 책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맛있는 책읽기』등 3권의 책을 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