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강사 연소득 '25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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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수능 성적 발표 사흘 뒤인 지난 6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의 모 학원 강당. 孫모(40)씨가 학부모들을 상대로 입시 전략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의 별명은 사회탐구의 약어인 '손사탐'.

"최대한 눈치를 보십시오. 서글프지만 엄연한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이건 매년 바뀌는 교육 정책 탓이지 학생이나 학부모의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입시전략연구실을 운영하는 '족집게' 강사의 수능.입시 설명회답게 이날도 학부모 1천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두 시간 예정이던 설명회는 잇따른 질의로 다음날 새벽까지 다섯시간이나 계속됐다.

인기만큼이나 孫씨의 수입도 엄청나다. 시간당 강사료가 1백만원선. 서울.경기 소재의 9개 학원에서 주당 60시간 강의를 해 월 2억원은 거뜬하게 번다. 올해 세무서에 신고한 소득은 25억원. 그는 "세금이 8억5천만원 정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오전 3시. 설명회가 끝나자마자 그는 부근 오피스텔의 학원연구실로 이동해 뒤따라온 학부모들을 상대로 진학 상담을 계속했다. 이 중에는 재수생 아들을 둔 현직 부부교사도 있었다.

孫씨는 "올해 수능 평균점수가 폭락하고 총점 순위도 발표되지 않아 입시 자료가 절대 부족한 탓인지 학부모들의 문의가 지난해에 비해 5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오전 6시. 연구실의 간이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오후 2시. 창업투자회사 간부와 인터넷 교육 사이트 투자건을 논의했다. 그는 차세대 학원 사업의 성패를 인터넷에 걸고 있다.

오후 8시. 부산에서 급히 상경한 노부모.학원생과 상담을 진행 중임에도 그의 휴대폰은 쉴새 없이 울렸다.

특A급 학원강사의 '피곤한' 하루에서 우리 사회의 사교육 의존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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