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월세 상한선 보다 급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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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서 전셋집을 월세로 바꿀 때 월세를 얼마 이상 받을 수 없도록 상한선을 둔다는 쪽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바뀐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적용 대상이 전세기간 중 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해 월세로 바꿀 때로 한정돼 실효성과 현실성이 없다는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근본적인 것은 시장의 흐름과 대세를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주택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위주로 바뀌고 있는데 이를 가로막는 법안을 만드는 것은 시장기능을 왜곡시켜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월셋집이 많이 공급되면서 월세 이자율도 크게 떨어져 안정세를 찾고 있는 마당에 굳이 법을 개정해 월세를 제한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사실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경향은 외환위기 파장이 어느 정도 가라 앉으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시중은행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하던 1999년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도 월셋집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월세 이자율도 보통 월 2%(연 24%)정도였다. 보증금 1천만원을 월세로 돌리면 매월 20만원씩 낸 셈이다.

하지만 요즘 월셋집이 남아 돌면서 전환 금리가 월 1%대로 떨어졌다. 이 이자율도 은행 금리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주택 임대도 사업인데 금리보다 수입이 많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얘기하면 할 말이 별로 없다.

게다가 리츠와 같은 간접 부동산 상품들의 예상 수익률도 연 8~10%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월세 금리가 그렇게 놓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세입자들이 월세보다 전세를 더 찾다 보니 월셋집이 남아돌면서 전환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시장 기능에 따라 월세 금리도 저절로 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다.

더구나 전문가들이 우리나라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임대주택 건설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말하고 있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만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집값을 잠 재울 수 있고, 집을 사는데 인생을 걸어야 하는 국가적 낭비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월세입자에게 연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 시대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정책도입을 다시 한번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서민의 주거보장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면 이런 정책을 지원하는 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영진 부동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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