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북풍에 보수층 결집” vs “노풍 막는 제한적 효과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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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안상수·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21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흥륜사에서 거행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연 북풍(北風)은 부는 걸까.

지방선거를 10여 일 남겨 놓고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나면서 정치권은 선거에 미칠 파급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여론·선거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사건이 보수층 결집을 유발해 한나라당에 다소 유리한 흐름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21일 “2000·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우리가 만든 북풍이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을 못 줬다. 하지만 1987년 KAL기 테러처럼 북한이 일으킨 북풍은 확실히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16대 총선과 17대 대선 직전에 열린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이번 천안함 사건은 성격이 다르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천안함 사건은 야당이 제기한 정권심판론이나 4대 강 이슈를 잠재워 여당에 유리한 프레임을 형성할 것”이라며 “특히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야당 후보들은 여론조사 공표 시한인 26일까지 지지율을 여당 후보에게 근접시켜놔야 하는데 천안함 사건은 족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턴트인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도 “일단 며칠 더 여론의 흐름을 지켜봐야 하지만 보수적 유권자 층이 뭉칠 수 있는 명분과 계기가 생겼다는 점에서 야당이 불리한 여건임은 부인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수도권에서 여야 간의 격차를 현 상태에서 고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야당은 빼앗긴 선거 주도권을 어떻게 되찾아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천안함 사건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범위는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북한의 소행일 것이란 짐작이 많았는데 이번 발표는 마침표를 찍은 것뿐”이라며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에 1~2%포인트 정도의 상승 효과는 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닐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오히려 한나라당 입장에서 천안함 사건은 주말께 불어닥칠 노풍(盧風·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을 약화시키는 마이너스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오피니언 안부근 소장도 “천안함 사건은 이미 기존 여론에 거의 다 반영이 돼 있는 상황이다. 최종 발표에 따라 조금 더 보수층 결집이 생길 순 있어도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디오피니언이 지난 17일 실시한 조사에서 “지방선거 후보 선택 시 천안함 사건의 영향을 받느냐”는 질문에 서울 지역 응답자의 54.8%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고,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은 36.1%였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1일 실시한 동일 조사에서도 서울 유권자의 46.5%가 ‘영향이 없다’, 38.2%가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사회조사연구본부장은 “천안함 사건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 와서 판세를 새로 요동치게 만든다기보다는 ‘노무현 바람’을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야의 선거기획통들도 천안함 사건의 위력을 크게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천안함 사건은 이미 큰 줄거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기획본부장도 “천안함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소재이며, 한나라당이 어떻게 활용할지도 예측이 끝난 상태”라고 주장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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