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은행, 헤지·사모펀드 소유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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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월가가 80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미 상원이 20일(현지시간) 찬성 59대 반대 39로 통과시킨 금융규제 법안은 1930년대 대공항 이후 가장 강력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기 재발을 막자는 취지고, 앞으로는 은행의 ‘대마불사(大馬不死)’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는 건강보험법에 이은 양대 개혁 법안의 승리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가 수많은 로비스트를 동원해 개혁을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은행을 벌 주려는 게 아니라 혼란으로부터 나라 경제와 국민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은행 규모와 투자 행위 제한, 금융소비자보호청 신설, 파생상품 규제, 신용평가사 감독 강화 등이다. 법안에 따르면 상업은행은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를 소유할 수 없다. 자기자본을 이용한 거래도 금지된다. 은행들이 고수익을 내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한 것이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판단에서다. 대형 금융사가 부실해지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해당 금융사를 청산시킬 수 있다. 금융사 경영진의 보수도 제한된다.

법안은 또 금융소비자보호청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산하에 설립하도록 했다. 신설될 채권평가위원회는 금융사 상품에 대해 신용등급을 매길 신용평가사를 지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지난해 12월 하원에서 의결된 법안과 내용을 조율한 후 단일안으로 만들어진다. 이 안에 대해 양원이 다시 표결을 하게 된다.

월가의 반발은 거세다. 법안이 확정되면 미국 대형 금융사의 순이익은 2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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