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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필 레슨 받은 꼬마들 ‘문화 올림픽’서 선보일 작곡 솜씨 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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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교육도 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점수 위주의 입시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물론 암기식 교육의 장점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세계 각국은 창의성 교육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예술이 자리잡고 있다. 왜 예술인가. 지구촌 전문가들이 모여 이 시대 예술교육의 오늘과 내일을 논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린다. 25~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다. 창조적 인재양성과 새로운 사회통합을 모색하는 ‘문화올림픽’을 미리 들여다본다.

뉴욕 필하모닉의 예술 강사인 리처드 케릭(왼쪽)이 19일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음악 작곡을 가르쳐 주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날 현악 5중주로 연주되는 자신의 작품을 직접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오종택 기자]

“천사의 눈물이란 작품은 어떤 빠르기로 할까” 대화하며 감정을 음표로
뉴욕필 예술강사들의 교육 현장

“우석아, 네가 생각하는 오리는 무겁고 뚱뚱하니, 아니면 가볍고 밝니?”

“작은 오리예요.”

“그럼 여기 음을 좀 높여보는 게 좋을까? 이 소리는 어때?”

“이게 더 좋아요.”

“그래, 이 음들은 높아서 플루트나 바이올린만 낼 수 있겠다. 악보 옆에 적어놓자.”

19일 오후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우석(11·상도초 5)이는 피아노 앞에 앉아 ‘오리 걸음’이라는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우석이의 첫 작품이다. 두 쪽짜리 곡의 완성을 돕는 강사는 미국 작곡가이자 비올라 연주자인 데이비드 월러스(39)다. 그는 뉴욕 필하모닉(뉴욕필)의 예술강사다.

우석이는 자리를 옮겨 현악 5중주단 앞에 섰다. ‘오리 걸음’은 피아노 대신 다섯 대의 현악기로 연주됐다. 우석이는 이 악기들의 실제 소리를 처음으로 들었다. 작곡을 배운 적도 없었다. “아까 선생님이랑 피아노로 들었던 소리하고 많이 달라서 신기해요.” 손에 악보를 든 우석이가 제법 음악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우석이를 포함한 초등학생 여덟 명이 17일부터 뉴욕필의 예술강사 두 명과 함께 ‘음악 작곡’에 몰두하고 있다. 22일까지 계속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뉴욕필하모닉이 함께하는 어린이 작곡가 프로그램이다.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저소득층 어린이에게 예술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다.

여덟 명 중 따로 음악교육을 따로 받은 아이는 없었다. 대부분 우석이처럼 악기의 실제 소리조차 처음 접했다. 그래도 큰 문제는 없었다. 뉴욕필 강사들은 음악을 가르친다기 보다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질문을 계속 던졌다. 아이들 마음 속에서 작품을 이끌어내려는 듯 했다. “네 작품의 제목은 ‘천사의 눈물’이지. 어떤 정도의 빠르기로 해야 듣는 사람이 천사를 떠올릴까?” “이 부분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같은 음을 연주하게 할까, 아니면 음의 높낮이를 다르게 해볼까?”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음표로 바뀌어 표현되는 경험을 하며 신기해 했다.

또 다른 예술강사 리처드 케릭(38)은 “자신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교육 받은 경험이 없을수록 아이들은 예측 불가능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고 말했다. 뉴욕필은 12년 째 어린이 대상 ‘베리 영 컴포저(very young compose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케릭은 6년전부터 ‘베리 영 컴포저’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꼬마 작곡가’ 여덟 명의 작품은 25일 오후 7시 대회 환영 만찬과 27일 오후 7시 구로아트밸리에서 정식으로 연주된다. 뉴욕필 강사들이 아이들의 작품을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 바꿔주고, 24인조 오케스트라 ‘조이 오브 스트링스’가 연주를 맡는다. 소외된 계층의 예술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아이디어를 제시할 이 프로그램의 부제는 ‘꿈의 오케스트라’이다. 이번 문화예술교육대회의 지향점을 압축해 보여주는 자리다.

김호정 기자



어떤 프로그램 준비했나

‘2010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조직위원장 이어령)는 매머드급이다. 각국 장·차관, NGO 대표, 교육 관계자, 예술가 등 193개국 2000여 명이 참여한다. 2006년 포르투갈 리스본 대회에 이어 두 번째 행사다. 4년 전 모임이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을 논의했다면 이번에는 그 실천적 방안을 모색한다. 각국의 성공 사례도 발표된다. ‘예술은 사회성을, 교육은 창조성을’을 슬로건으로 이른바 정보화사회를 끌어갈 인재를 키워내는 지혜를 찾는다.

이어령 조직위원장(전 문화부 장관·본지 고문)은 “대량 생산, 제조업 중심의 사고와 교육으론 21세기의 여러 현안을 풀어갈 수 없다”며 “각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끄집어내는 방안이 추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교육 행사인 만큼 한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기회도 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나흘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다채롭다. 총 5번의 기조발제와 3번의 패널토론, 주제별 25개 분과 회의가 열린다.

‘학교 안과 밖의 예술교육’ ‘디지털 미디어, 대중문화와 예술교육’ 등이다. 연극·무용·미술·국악·사진 등 7개 분야의 연합학술회의도 진행된다. 김덕수·안숙선씨 등이 출연하는 ‘4D 홀로그램 사물놀이’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교육 쇼케이스 무대’ 등도 준비됐다. 예술교육의 목표를 정리하는 ‘서울 선언’도 준비 중이다.

구체적 행사 일정은 대회 홈페이지(www.artsedu2010.kr) 참조. 02-6209-5961.

글=박정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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