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여론 살피는 '辛차관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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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검찰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신광옥(辛光玉)법무차관이 진승현(陳承鉉)씨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됐다는 11일 본지 보도 때문이다.

陳씨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사팀은 "辛차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여러가지 통로를 통해 알아본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혐의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간부들은 "기다려 보자"며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수뇌부 역시 극도로 말을 아끼며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반응은 예상되는 사태의 파장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현직 법무차관의 수뢰혐의를 포착한 것 자체가 검찰 수사팀으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검찰과 경찰의 사정(司正)수사를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경력을 고려할 때 辛차관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그런 폭발력을 지닌 사안이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고 당사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된 것이 검찰로서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가 본지 보도 내용을 부인하면서도 "검찰 외부든 내부든 비리사실이 밝혀진 인사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를 할테니 우리에게도 시간을 달라"고 여지를 남긴 것도 이같은 의미로 들린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의 반응은 달랐다. 이날 출근길의 서울지검 검사들은 본지 보도내용에 놀라움을 표시하며,향후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한 검사는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면서 "검찰이 또 한번 격랑을 맞게 됐다"고 걱정했다. 일부 검사들은 辛차관과 관련된 예민한 문제를 언급하며 "이번에야 말로 성역 없는 수사를 벌여 달라진 검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총수가 탄핵소추 위기에까지 처할 정도로 신뢰가 실추된 검찰이 개혁방안을 내놓고 수지 金사건 수사, 진승현 게이트 재수사 등에서 보여주고 있는 '원칙대응'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또 신승남(愼承男)총장은 지난 10일 간부회의에서 "국민과 국회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분발을 촉구했다. 검찰의 다짐이 辛차관을 둘러싼 의혹수사에서도 제대로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박재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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