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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길교수 사인규명 새국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28년간 사인(死因)을 두고 의혹이 제기돼온 고(故)최종길(崔鐘吉) 서울대 법대 교수의 사망 상황을 밝혀내는 데 있어 주목할 만한 전 중앙정보부 간부의 증언이 나옴에 따라 崔교수 사건 진상 확인 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년간 崔교수 사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를 진행해온 의문사진상규명위측은 "이제 당시 중정의 최고책임자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차례"라고 밝혔다.

◇ 진실 규명 이뤄질까=위원회측은 崔교수의 타살 여부를 밝혀줄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포착됨에 따라 당시 중정 관계자 5,6명을 대상으로 조사의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상임위원 김형태(金亨泰)변호사는 "A씨 진술의 사실성을 확인해줄 수 있는 당시 중정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이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金변호사는 "특히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김치열 차장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를 관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측은 이들의 진술과 崔교수 사망에 대한 법의학적 분석 등을 종합해 이달 말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崔교수를 조사했던 車모(75)씨 등 당시 수사관들은 A씨의 진술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진상의 완전한 규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A씨에게 崔교수 타살 상황을 전했다는 부하직원은 이미 사망한 상태다.

崔교수가 중정 수사관들로부터 타살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현행법상 당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불가능하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15년)가 88년 10월로 끝났기 때문이다.

◇ 조사 접수 및 진행=지난해 11월 진정을 접수한 위원회측은 사건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기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기록, 1988년 검찰 조사 기록 등을 세밀하게 점검하면서 관계자들을 찾아다녔다.

위원회 직원 2명이 미국.유럽 등을 찾아다니며 만난 사람만도 6백여명. 주로 당시 중정 관계자들의 증언을 듣기 위한 것이었다.

◇ 崔교수 의문사 사건=교수 재직 중인 73년 10월 16일 중정이 조사 중이던 '유럽 거점 간첩단 사건'의 참고인으로 중정 남산분실에 자진출두했다가 사흘 만에 변시체로 발견됐다.

사건 직후 중정측은 "崔교수가 간첩 사실을 시인한 뒤 양심의 가책을 느껴 중정 건물 7층 화장실에서 투신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88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를 벌였지만 진상규명에 실패했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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