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총재회의서 '쓴 소리'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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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의 탄핵안 폐기에 따른 여진(餘震)이 한나라당을 흔들고 있다.

자민련과의 관계 악화에다 당내에선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총재단회의에선 이부영(李富榮)부총재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강창희(姜昌熙)부총재의 대전 행사에 대해 자민련이 반발할 것이고, 자민련 찬성이 없으면 탄핵안 통과가 안된다는 것은 뻔한 사실이었는데도 행사를 강행한 것은 전략이 없었다는 뜻"이라며 "지도부는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덕룡(金德龍)의원도 기자들에게 "탄핵 무산은 전적으로 당 지도부의 정치력과 전략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탄핵하려면 이용호 사건과 관련지어 했어야 했고, 하기로 했다면 성사시켰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탄핵안 무산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비주류인 李부총재, 金의원뿐 아니라 李총재 주변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탄핵안과 교원정년 연장안 등은 추진과정에서 제대로 검토하지 못해 당의 실점(失點)으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총재단회의에서 "반성할 점은 반성하고 모자란 것은 서로 보완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탈표를 걱정해 (愼총장 탄핵안) 개표를 하지 않은 게 아니다"며 "한두 표를 다투는 상황에서 여당 감표위원 없이 개표할 경우 탄핵정국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감안해 李총재는 탄핵안 후유증을 최소화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임시국회 소집에 빨리 합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다룰 임시국회의 발목을 잡을 경우 또다시 거야(巨野)의 오만이란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李총재는 또 당직자들에게 "앞으로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DJP(金大中 대통령과 金鍾泌 자민련 총재)에 대한 공세는 당분간 계속할 방침이다. 정치문제와 민생현안을 분리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대변인실에서 "양김(DJP) 특유의 계략과 사술(詐術)에 의한 정치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 金대통령과 JP는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는 거친 논평을 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고정애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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