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민사소송·집행법 2002년 7월 시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내년 7월부터 정당한 이유없이 민사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증인이나 채무자에게 법원이 감치(監置)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됐다. 감치는 법원의 심리를 방해하는 사람에 대해 재판장이 직권으로 경찰서 유치장 등에 수감시킬 것을 명령하는 처분이다.

대법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 민사소송법과 새로 만든 민사집행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7월 1일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민사소송법의 전면 개정은 1960년 4월 법 제정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 신속한 재판=개정된 민사소송법에는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원고.피고가 핵심 쟁점에 대해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 사전 심리를 거친 뒤 정식 재판에 들어가는 '집중심리제'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피고가 원고의 청구에 이의를 제기해 쟁점이 생긴 사건에서는 피고측은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은 지 30일 내에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 안에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재판없이 원고 승소판결을 한다.

특히 정당한 사유없이 재판부가 지정한 날짜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한 과태료가 현행 50만원 이하에서 5백만원 이하로 인상돼 증인들의 출석 기피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증인이 재판부가 과태료를 부과했는데도 다시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이 증인에게 7일 이내의 감치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했다.

민사집행법은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보유 현황을 밝히는 재판 날짜(재산 명시 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재산목록 제출 또는 선서를 거부하는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 경매절차 효율화=새로 만들어진 민사집행법은 경매 물건을 낙찰받은 경락인의 권리보호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부동산에 최초로 근저당이 설정된 이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입주한 모든 세입자들에게 법원이 집을 비워주도록 요구할 수 있도록 인도명령 대상을 확대했다.

현행법은 법원이 경매대상 부동산의 소유자와 채무자, 경매 시작 이후 입주한 사람들에 대해서만 인도명령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매가 시작되려는 부동산에 뒤늦게 입주한 가짜 세입자들이 부동산을 경락받은 사람들에게 '이주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횡포를 부려도 법원이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

또 경매 결과에 대한 채무자나 건물 소유주 등의 어거지성 항고를 막기 위해 항고이유서의 제출을 의무화하는 한편 항고인은 매각대금의 10%를 담보용으로 공탁(供託)하도록 했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