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창사 특집극 '소풍' 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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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연말에 가슴을 훈훈하게 덥혀줄 가족 드라마 한 편이 안방을 찾는다. MBC가 창사 40주년 특집으로 마련한 '소풍'(조중현 연출,황성연 극본)이 26~27일 밤 9시55분에 방송된다.

드라마 '소풍'은 병든 친정 어머니를 두고 암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야 하는 딸과 그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주변 가족의 애틋한 시선을 담고 있다.

언뜻 소재만 놓고 보면 최루성 드라마로 인식할 듯하다. 하지만 제작진은 삶을 정리하는 딸과 이를 지켜보는 병든 어머니의 관계를 담백하게 표현하려 했다.

죽음을 다루면서도 그로 인한 슬픔을 드러내려 하기보다 그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기쁘고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모진 한 때가 있게 마련인 인생을 '소풍'에 비유한 것도 인상적이다.

중년의 전업주부 인혜(고두심)는 중풍으로 고생하는 친정 어머니 정옥(정혜선)을 모시고 산다. 병들었어도 괴팍한 성격이 여전한 어머니 탓에 남편과도 서먹서먹하고 아이들에게도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인혜.

어느날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다가 자신이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소식을 어머니에게 숨기고 어쩔 수 없이 이복 동생에게 어머니를 부탁하게 되는데….

독특한 방식으로 모녀의 사랑방식을 표현하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정혜선과 고두심씨의 농익은 연기 대결이다.

모녀로 분한 두 배우가 때론 갈등하고 경원시하지만 서로가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임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연기해 상당한 공감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옥 남편의 첩 역을 맡아 드라마의 갈등을 부추기는 정영숙씨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다.

조중현 PD는 "이 드라마에서는 연출을 가급적 배제하고 연기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에 승부를 건 드라마"라고 말했다. 현실 속에서 가족이란 때론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소풍'은 그 짐으로 인해 오히려 가족들이 얼마나 성숙하는지를 보여준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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