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의 골프야 놀자] 45. 퍼트 훈련 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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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퍼트는 돈이다'. 많이 들어본 얘기지요? 프로들에게도 역시 진부하게 느껴지는 말이에요. 매 홀의 스코어를 최종 결정하는 마무리 샷으로서 퍼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골프 격언'이랍니다. 1m짜리 퍼트를 놓치면 200m가 넘는 드라이브샷을 실수하는 것과 똑같이 한 타를 까먹는 것이니까요.

퍼트할 때 지켜야 할 것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우선 고개를 들지 말라는 건 다른 샷과 마찬가지예요. 눈이 아닌 소리로 결과를 확인하라는 뜻에서 '퍼트는 귀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요. 또 백스윙과 폴로스루가 목표 방향과 일직선을 이루도록 퍼터를 움직이라는 것도 기본이에요. 백스윙을 몸 뒤쪽으로 뺐다가 '인→아웃사이드'궤도를 따라 임팩트하는 분도 많지만 정석은 아니에요. 공이 목표를 향해 'ㅡ'자로 뻗어가게 하기에는 무리라는 얘기지요. 그래서 줄이 쳐진 담요나 보조기구를 놓고 훈련을 해요.

오늘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손목을 꺾지 말라'입니다. 지난 3월 23일자에 나간 11회(S3면'손목 꺾이면 게임 망쳐요')에서 부분적으로 말씀드린 내용이지요.

퍼트할 때마다 손목을 꺾는 바람에 실패하는 분이 많이 눈에 띄어요. 그래서 오늘은 손목을 꺾지 않고 퍼트의 정확도를 높이는 저의 훈련 방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퍼터 그립 끝 부분의 구멍에 '티펙(tee peg)'을 꽂는 거예요. 그리고 퍼트하는 동안 티펙이 어디를 가리키는지를 살펴보지요. 손목을 꺾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티펙이 알려주는 것이지요.

사진A는 백스윙 동작을 앞에서 본 모습이에요. 동그라미 안을 보세요. 퍼터 끝 부분의 티펙이 몸의 중심을 가리키고 있지요. 두 어깨와 양팔이 이루는 오각형을 유지하면서 마치 시계추 운동을 하듯 퍼터를 가볍게 뒤로 뺀 거예요. 손목을 꺾지 않고 백스윙을 했다는 증거지요.

사진A-1과 비교해 보세요. 손목이 꺾이면서 티펙이 왼쪽 손목 뒤로 숨었어요. 당연히 두 어깨와 팔이 이루는 오각형도 무너졌지요.

이 경우에 뭐가 문제가 되냐고요? 늘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공을 임팩트하기가 어려워진답니다. 미세한 차이지만 스윙 스피드도 들쭉날쭉해지고요. 그래서 그날그날 또는 매 홀에서의 컨디션이나 자신감 등에 따라 퍼트의 일관성이 흐트러지는 거지요. 즉, 어떤 때는 강하고 어느 때는 약한 퍼트를 하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된다는 얘기예요.

사진B는 임팩트 이후의 동작입니다. 손목을 꺾지 않고 퍼터를 목표 방향을 향해 그대로 밀어주고 있지요. 티펙이 여전히 몸의 중심을 향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임팩트 이후에도 두 어깨와 양손이 이루는 오각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데 사진B-1처럼 손목이 꺾이면 잘못된 것이에요. (저는 왼손이 리드하는 '크로스 핸드 그립'을 사용하지만 B-1에서는 보편적인 그립을 취해봤어요)

저는 이렇게 티펙이 몸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반복해 훈련하면서 저만의 거리감을 유지해요. 물론 목표 방향과 일직선으로 백스윙을 하고 있는지도 점검하지요. 제가 LPGA투어 퍼트 부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비결은 이런 방법으로 많은 시간을 퍼트 훈련에 할애하기 때문이랍니다.

요즘 같은 초겨울에도 퍼트 훈련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어요. 퍼터와 티펙, 그리고 담요 한 장만 있으면 실내에서도 가능하지요. 담요를 펼쳐놓고 목표지점을 표시한 뒤 티펙을 이용해 손목을 꺾지 않고 시계추 운동을 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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