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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여고생들 명문대 수시 합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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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과외수업은 물론 흔한 입시학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경북 농촌지역 학생들이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들보다 점수가 높은 학생들도 많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일궈낸 성과여서 한층 값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 발표 이후 성주군 성주읍의 성주여종고와 영양군 영양읍의 영양여고에는 축하 전화가 쏟아졌다.

성주여종고는 김경란(18.3년)양이 수능 3백59.5점을 받아 서울대 농경제학과 수시모집에 최종합격한 것을 비롯해 진학반 학생 1백명 가운데 54명이 경북대.부산대.홍익대 등에 합격하는 성과를 올렸다.

산골마을인 영양읍의 영양여고 남소정(18.3년)양도 3백49.2점의 고득점을 올렸고, 88명의 진학반 학생 가운데 14명이 경북대.성균관대.경희대 등의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이들이 주목을 받는 것은 주민들의 경제사정이 넉넉지 않을 뿐 아니라 학원이나 과외교사의 지도 한번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성주여종고 김양은 "학교 수업외에 도움을 받은 것은 교육방송인 EBS뿐이었다"며 "학교 야간자율학습실에서 밤늦도록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성과에는 학교측의 열성도 큰 몫을 했다. 교통편이 없어 야간에 귀가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를 세워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었다.

또 교사들도 퇴근을 하지 않고 남아 오후 6시부터 하루 4~6시간씩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을 일일이 지도했다.

영양여고 이수목(50)교무부장은 "교육환경이 열악한 시골이어서 교사들이 팔을 걷어 부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해마다 일부 학생이 도시지역의 고교로 빠져나가던 영양여중생들이 내년엔 전원 영양여고에 진학키로 하는 등 주민들의 의식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주민들은 "학교측이 학생지도에 힘을 써준 결과"라며 "대도시로 아이들을 보내지 않아도 되겠다"며 반기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충실한 학교 교육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앞으로 농촌학교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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