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권· 대권 분리' 파장] 후보냐 대표냐 택일 제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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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의 당 발전특위(위원장 趙世衡)가 당권과 대권을 완전 분리키로 함으로써 대선 예비 주자들의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통령이 집권당의 대표직을 겸임할 수 없고, 일단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는 사람은 당권 도전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주자들은 이제 대선 후보 도전이냐, 대표직 도전이냐에서 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당권과 대권이 분리되면 당의 대선 후보와 대표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견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선 본선에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당력의 집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지금 뛰고 있는 간판급 인물들이 대거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경우 당 지도부의 격이 떨어질 우려도 없지 않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특위는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후보에게 인사.재정.조직 등 선거 관련 지휘권과 선거대책위 구성권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무게 중심을 당 대표가 아니라 후보 쪽에 둔다는 것이다.

지도부의 격이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 특위 관계자는 "결국 차기 주자들 스스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고 전했다. 주자군이 경선을 향해 뛰다가 힘에 부치면 당권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민석(金民錫)특위 간사는 "지금의 주자들을 위해 제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정당 민주화의 항구적인 원칙을 세우자는 데 초점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위의 이런 방침에 대해 한화갑(韓和甲)고문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韓고문 측근인 문희상(文喜相)의원은 "완벽한 공민권 제한이며 대선 후보가 아닌 사람들이 당을 지배하려는 것"이라며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그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절대 수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韓고문은 이미 특위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어 당권파와 韓고문의 갈등은 민주당 내분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근태 고문측은 "당정 분리는 긍정적이지만 후보와 지도부의 분리는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인제(李仁濟)고문측은 "특위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고, 노무현(盧武鉉)고문측은 "1인 지배체제를 벗어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중권(金重權)고문측도 "당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김종혁.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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