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찾는 주가…풀죽은 증권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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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맨들은 마음이 편치않다.

감원.감봉 바람이 여전한 데다, 영업실적이 나쁘다거나 주가 전망을 제대로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요즘 안팍으로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 문책인사=지난달 S투신운용은 수석 펀드매니저급인 K상무를 갑자기 경질했다. K상무는 일신상의 이유 때문이라며 문책 인사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사실은 강세장을 예상 못하고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다가 경쟁사에 실적이 뒤진 데 따른 문책성 인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H투신운용도 최근 운용본부의 펀드매니저를 증권영업과 관계없는 판매전략팀으로 보냈다.

9.11 테러사건으로 대규모 옵션투자 손실을 본 G증권은 담당 임원 등 관련자 3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 증권사는 테러사건 발생 후 한동안 아예 옵션투자를 금지시켰다. 애널리스트들도 수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황전망을 잘 못했다" "기업진단이 취약하다" 등 갖가지 이유로 봉급이 깎이고 좌천을 당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L증권은 지난달 애널리스트 십여명을 "고객 유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업부서로 전배시켰다.

◇ 감원.감봉 바람=증권사들은 장세가 좋을 때 수입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S증권은 1백10여개에 달하는 전국 지점수를 곧 10% 가량 줄일 계획이다. D증권은 곧 임원급여를 20% 가량 삼각할 계획이다.

또 다른 D증권은 영업실적이 부진한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자진 사표를 쓰라"고 강요했다가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쳤다. 직원수가 줄어들며 업무강도도 높아졌다.

S증권 여의도 지점의 여직원 점심시간이 30분으로 줄어든 것은 지난 여름 이후. 요즘처럼 주가가 오를 때는 아예 햄버거로 점심을 대신하는 일도 흔하다.

◇ 장기증권저축 유치는 또 다른 스트레스=각 증권사마다 장기저축 수신실적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하고 있다. L증권 미아지점의 경우 지점장과 차장급 영업직원 5억원, 과장 4억원, 대리 3억원, 평직원 2억원씩 할당량을 정해 고객유치를 독려하고 있다.50%를 채우지 못한 직원들은 본사에서 따로 불러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인사에 반영하는 등 불이익도 주고 있다.

임봉수.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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