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중앙일보 경제포럼

2005년 경제와 한국형 뉴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 중앙일보 경제포럼은 24일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中)을 초청, 본사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임현동 기자

중앙일보 월례경제포럼은 지난 24일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연사로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홍 의장은 '2005년 경제 전망과 열린우리당의 경제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뉴딜정책이 중장기적인 경기 활성화 효과를 내긴 힘들 것으로 지적했다. 오히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 중 경기를 냉각시키는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홍 의장은 재정확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국형 뉴딜은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하겠다고 답했다.

◆사회(정운영)=뉴딜로 상징되는 경기부양책의 의미와 효과부터 먼저 토론하겠습니다.

◆박원암=재정을 확대해 경제성장률을 5%로 높이겠다는 구상은 문제가 있습니다. 재정으로 소비.투자를 촉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도 과도한 재정정책이 소기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부실만 잔뜩 남겼습니다.

◆이제민=뉴딜은 우리가 앞으로 먹고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단순히 건설경기 부양처럼 수요를 창출한다는 식이어선 안 됩니다.

◆이장규=경기 부양책은 필요하지만 그동안 경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갑자기 뉴딜 얘기가 나오는 게 문제입니다. 부양책이 효과를 보려면 한쪽에서 냉방기 돌리면서 다른 한쪽에선 군불 때는 식의 상충된 정책들부터 교통정리해야 합니다. 경기를 얼어붙게 한 정책들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좌승희=뉴딜을 안 해서 내수가 죽은 것은 아닙니다. 내수 부진의 원인을 찾아 그것을 고치면 되는데 정작 원인 치유는 안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돈을 버는 재벌기업이 투자를, 돈 있는 사람이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최정표=DJ 정부 1년 내내 빅딜이더니, 이제는 뉴딜입니다. 단기적으론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홍재형=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4% 전반에 그칠 것입니다. 그래서 경기 진작책은 필요하고, 뉴딜 정책은 그 일환입니다. 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앞당겨야 합니다, 그 재원의 일부는 연금에서 조달하되 원금과 투자수익을 보장해 주면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뉴딜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어디에 쓸지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전히 토론단계입니다.

◆이제민=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뉴딜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경부고속철도를 부산까지 연장하는 등 기존 사업 중에도 건설 수요를 일으킬 것이 많아서입니다. 문제는 국민이 참여정부의 정책 시행능력에 의구심이 있을 정도로 중단된 건설사업이 많다는 점입니다.

◆서근우=뉴딜 가운데 IT산업에 관한디지털 뉴딜은 올 상반기부터 논의돼 온 이슈입니다. 뉴딜은 어려운 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기반을 만들어 주고, 청년층의 고용기반을 넓히는 일이 돼야 합니다. 다만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 등 저차원의 목표만 강조해 국민이 우려하고 있을 뿐입니다.

◆홍재형=말씀하신 대로 뉴딜은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물류비를 줄이고, 보육시설을 늘려 여성인력 활용의 기반을 만드는 등 성장 잠재력을 보완하려는 것입니다. 이런 사업을 연기금에서도 하도록 하고, 대신 정부가 원금과 수익을 보장해 주자는 것입니다.

◆사회=뉴딜 얘기가 나오면서도 일각에선 '개혁 없이 성장 없다'는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경제 운용 방향이 바뀐 것입니까, 아니면 종전과 같습니까.

◆홍재형=정부 내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현재로선 무게중심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또 정부가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박원암=저금리가 효력이 없는데는 정책의 불일치 탓이 큽니다. 저금리를 하면 건설이 살고, 이것이 내수로 이어져 경기가 살아납니다. 그런데 저금리로 부동산이 뜨니까, 내수로 이어지기 전에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냉각시켰습니다. 이제 와서 다시 뉴딜로 건설경기를 살린다는 것은 '병 주고 약 주기'라는 생각입니다.

◆이장규=사상 초유의 사태인 저금리는 소비부진과 관계가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의식하고 있는 국민은 저금리로 노후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갑을 열지 않고 있고, 소비가 위축되는 것 같습니다.

◆홍재형=연간 20조~30조원씩 늘어나는 연기금이 채권만 사니 금리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연기금이 사회간접자본과 주식에 투자할 길을 열어두려는 것입니다.

◆사회=정부는 뉴딜 정책의 재원과 주식투자를 통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연기금을 사용하려 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좌승희=기업들이 갖고 있는 주식의 의결권 행사도 제대로 못하게 막으면서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연기금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얘기입니다. 오히려 증시 부양 목적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과거 이 같은 부양책은 다 실패했다는 점을 정부가 알아야 합니다.

◆박원암=논란의 핵심은 규모입니다. 연기금을 SOC 투자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대규모라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또 재원을 손쉽게 연기금에서 마련하려는 발상에도 반대합니다. 자금 조달이 쉬우면 도덕적 해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제민=경쟁력 제고를 위해 연기금을 쓰겠다면 오히려 국회 동의를 받아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관료가 연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간섭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관료를 어떻게 제어할지에 대한 그림이 제시돼야 합니다.

◆홍재형=연기금은 현재 4~5%만 주식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투자 대상을 다양화해 수익성을 제고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주식 투자의 문호를 넓히자는 것이지, 경영권 방어 목적은 아닙니다. 물론 연기금이 주식을 갖고 있으면 적대적 인수합병을 쉽게 생각하진 못할 것입니다. 관료의 개입에 대해선 법에서 못하도록 명문화하겠습니다.

◆사회=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논의되고 있는 행정특별시와 관련된 의견을 듣겠습니다.

◆신혜경=청와대와 국회를 제외한 모든 정부 부처를 옮기겠다는 것은 충청권 민심의 수습 차원용이 큰 것 같습니다. 부처 이전은 그 범위에 따라 비용과 효율이 달라지는데 이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습니다.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좌승희=국토 균형발전이 안 된 것은 서울의 흡인력을 완화할 또 다른 거점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산이나 대구.광주를 인구 500만명 이상의 도시로 키웠다면 서울에만 인구가 몰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점은 충청권보다 더 남쪽에 만들어야 합니다.

◆홍재형=행정특별시는 민심 수습용이 아닙니다. 그동안의 균형발전 정책들이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한나라당과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으니 가능한 한 여야 합의하에 대책을 만들겠습니다.

정리=이영렬.김선하 기자 <younglee@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