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아리랑축제' 준비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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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평양은 요즘 대규모 집단체조(매스게임) '아리랑'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내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60회 생일(2.16)과 김일성(金日成)주석의 90회 생일(4.15), 북한군 창설 70주년(4.25) 등 굵직한 행사들이 줄지어 기다리기 때문이다.

최근 노동신문에 따르면 평양시 당국은 행사를 차질없이 준비하기 위해 이름있는 예술가들과 청년.학생들을 대거 동원해 거의 매일 반복연습을 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한은 노동당 창당 55주년을 맞아 공연한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을 비롯해 '장군님 따라 붉은기 지키리'(1996.2) 등 해방 후 지금까지 80여편의 대규모 매스게임을 창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金위원장의 생일에 평양체육관에서 청년.학생 1만여명이 참가하는 실내 집단체조를 공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金주석 생일과 북한군 창설기념일을 즈음해 4월부터 평양 능라도의 5.1경기장에서 10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단체조 '아리랑'을 공연할 것이라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이들 행사는 남북 정상회담 2주년을 맞는 6월 15일까지 계속될 '아리랑축제'의 개막식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해외 관광회사들을 통해 매스게임 '아리랑'공연을 관람할 외국 관광객을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일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인터넷판에서 북한은 '아리랑'공연을 관람하러 많은 외국인이 평양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스게임 연출가인 김수조 피바다가극단 총장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와 풍속 등을 보여줄 이번 공연에는 컴퓨터를 비롯한 최첨단 장비가 사용된다"면서 "4월부터 두달 남짓 동안 본격적으로 공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양시가 수용규모 15만명의 5.1경기장에서 행사를 여는 것과 관련,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는 한국에 쏠리는 이목을 분산시키려는 맞불작전"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이 1988년 서울올림픽이 치러진 이듬해 7월 5.1경기장에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벌인 것과 흡사하다는 것.

최근 북한을 방문한 남측의 한 인사는 "평양시내는 내년 행사를 준비하는 학생과 시민들로 매우 분주해 보였다"며 "9.11 테러사태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야기된 국제사회의 긴장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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