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 下. 친구끼리 공동 창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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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 수원에서 불닭전문점 "불타는 삼국지"를 공동 운영하는 유봉권.송영재.유성훈씨(왼쪽부터). 이들은 사업 초기의 갈등을 명확한 역할 분담으로 풀었다.

"동업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말을 철칙처럼 여기는 창업자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한 청년들에겐 동업은 매력적인 창업 형태다. 돈도 돈이지만, 친한 사람들끼리 서로 믿고 의지하며 외롭고 험난한 사업 전선을 넘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위안이다.

서울 공릉동에서 카페형 PC방 '아이비스'(www.ibiss.co.kr)를 운영하는 서용택(30).유경진(29)씨는 공동창업자다. 취미인 컴퓨터 게임 경력을 살려 지난해 10월 PC방을 차렸다. 인터넷 게임 동호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니던 벤처회사가 불안해지자 창업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창업하면서 두 사람은 '우정은 우정, 사업은 사업'이라는 원칙을 명확히 하자는 데 합의했다.

창업비용(1억4000만)과 수입을 정확하게 반씩 나누기로 하고 동업계약서까지 작성했다. 역할도 명확하게 구분했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서씨는 컴퓨터 및 장비관리를 맡고, 재무.회계는 유씨가 맡는다. 하루씩 번갈아 가며 근무하는 이들은 교대 시간에 자신이 하루 동안 한 일, 매출 등을 빠짐없이 상대에게 보고한다. 현재 월매출 1800만원에 순수익 700만원을 기록하며 사업은 안정 궤도에 올랐다. 이들은 "작은 문제라도 그때그때 솔직하게 의논하는 게 동업을 현명하게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동업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실패 사례가 더 많은 편이다. 고교동창과 함께 5000만원씩 투자해 지난해 5월 액세서리점을 차렸던 김모(29)씨는 1년 만에 돈도 잃고 우정도 잃었다. 이익은 반으로 나누되, 운영은 김씨가 전담하면서 월급으로 200만원을 가져간다는 조건이었다. 물론 구두 약속이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수익이 나지 않자 그 동창은 약속과 달리 이런저런 참견을 시작했고, 급기야 자기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까지 해왔다. 실패할 경우 어떻게 사업을 청산할 것인지 문서로 만들어놓지 않아 청산 비율을 놓고 아직도 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업할 때는 몇 가지 원칙을 확실히 지켜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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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할분담을 확실히 해야=경영.개발.마케팅 등 각 역할을 확실히 분리하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없앨 수 있다. 물론 의견은 교환해야 하지만, 서로의 역할은 존중해줘야 한다.

수원 인계동의 불닭 전문점 '불타는 삼국지'(www.hotchicken.co.kr)를 운영하고 있는 유봉권(34).성훈(33) 형제와 송영재(33)씨는 3명이 똑같이 9000만원씩 투자한 공동 사장이라 처음엔 갈등이 많았다. 몇 차례 다툼 끝에 장사 경험이 있는 봉권씨가 전반적 매장 관리를, 장교 출신인 송씨가 직원 관리를, 수리에 밝은 성훈씨가 카운터와 회계를 맡기로 했다. 의견 충돌 때는 다수결 원칙에 의해 2명이 찬성하는 쪽으로 결정한다는 원칙도 정했다. 그 이후 체계가 잡혔고, 장사를 시작한 지 반년 만인 현재 월매출 7000만원, 순수익 2000만원을 올리는 등 자리를 잡았다.

◆ 계약관계를 명확히 해야=사업은 돈이 개입되는 문제다. '서로 잘해 보자'는 순수한 마음만 갖고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업무분담과 책임소재 및 이익분배, 사업 정리 때 분배 문제 등 분쟁의 소지가 있는 것들은 모두 사전에 명확히 문서화해 두는 것이 좋다.

◆ 보완관계 동업자를 선택해야=파트너는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좋다. 가령 대인 관계 및 영업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회계 능력을 갖춘 꼼꼼한 성격의 사람을 파트너로 삼는 식이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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