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 시조 백일장 11월] 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좋은 시에 대한 정의는 사람에 따라 혹은 관점에 따라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시, 그러나 아무나 쓸수 없는 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쉬운듯하나 곱씹을수록 시가 추구하는 어떤 가치를 명쾌하게 짚어내고 있다. 시조에 관심을 가진 많은 투고자들이 한번쯤 되새겨 봄직한 말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지적되었음에도 시조 형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없이 쓰여진 작품들이 적지않아 선자를 당혹스럽게도 하고 안타깝게도 한다. 이왕에 시조를 쓰겠다고 나섰다면 좀 더 진지하게 정형시의 형식 논리에 접근하는 자세를 가져 주기 바란다.

아울러 무턱대고 상념을 쏟아내기보다는 시적 표현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일에도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줄로 안다.

이 달에 입상권에 든 세편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다. 장원으로 뽑은 노영임 씨의 '그들 그리고 나-수건 돌리기'는 동심의 한때를 정감어린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능숙한 가락의 운용이 돋보이는 데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또한 유희의 정서를 앞세우면서 그 이면에 삶의 진솔한 성찰을 녹여낸 것도 이 작품이 지닌 강점이다.

김병환씨의 '처용암 일몰'은 즈믄 해 저쪽의 처용설화를 끌어들여 환경 오염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무거운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밀도 있게 형상화한 반면,행간에 드러나는 작의성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것이 흠이다.

채윤병 씨의 '왕거미의 네트워크 작전'은 제목도 그렇지만 대상을 꿰뚫는 시각이 매우 이채롭다. 왕거미의 생존 현장을 첨단의 정보통신 이미지와 접합시키는 의외성이 이 작품을 그만큼 참신하게 한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이미지의 연결과 공감의 깊이를 확보하는 쪽에 더 깊은 눈이 아쉽다.

<심사위원:박기섭.이지엽>

*** 시조백일장은 월말마다 독자들이 보내온 시조 중 우수작을 뽑아 지상에 발표합니다. 연말에는 우수작을 쓴 사람들의 신작을 받아 연말장원을 가려 '중앙신인문학상'을 드립니다. 보내실 곳: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문화부 시조 백일장 담당자앞. 팩스 02-751-5598.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