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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의 신선한 정치실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년 대선 후보 선출방식을 둘러싼 민주당 내 토론과 고뇌 중에는 평가할 만한 대목이 있다.

어제 당 발전.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나온 '예비 경선제 도입'이 그 중 하나다. 예비 경선제는 통합 전당대회에 앞서 권역별 대회를 열어 당의 밑바닥 의사를 모으는 방안이다.

미국에서 보듯 정당 민주주의 정착,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의 면모 때문에 우리 정치권이 부러워해온 제도다. 우리의 경우 계파간 힘겨루기가 작용하는 당심(黨心)과 민심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폐단을 막자는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의 당 총재직 사퇴 이후 '홀로 서기'를 모색하는 민주당으로선 당연히 검토해볼 만한 정치실험인 것이다.

예비 경선제는 일반 유권자를 향한 '열린 정당'으로 가는 출밤점이 될 수 있다.

3김(金)정치의 폐해인 밀실공천, 검은 공천헌금, 막후 정치거래에서 상당부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제까지 당 총재가 잡고 있었던 국회의원 공천권을 당원에게 돌려주는 정치 개혁의 기반을 만들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대의원 숫자를 늘려야 하고, 국민이 이른바 개방형 대의원으로 참여하는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현재 민주당 대의원 숫자는 1만명 정도며 호남 출신이 60%라고 한다. 전국적 여론을 담기에는 구조적으로 힘든 분포다.

그러나 대의원 증원 문제는 대선주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려 있다. 여기에다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벌어지는 당내의 거친 대립을 볼 때 예비 경선제가 실천에 옮겨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예비 경선제가 신선한 자극으로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대선 주자들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로 굳어져 있는 이회창 총재와의 대선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제도인 탓에 대의원의 돈 매수, 대선의 조기 과열문제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이런 장애물을 건너면서 새로운 정치문화를 도입한다는 자세로 당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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