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년 예산안 첫 외부용역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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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예결위가 27일 '2002년 예산 요구 현황 분석'이란 보고서를 냈다. 국회 사상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 예산안의 문제점을 들여다본 것이다. 윤건영(尹建永.연세대).황성현(黃星鉉.인천대).박재완(朴宰完.성균관대)교수와 연세대 경제연구소가 참여했다.

보고서는 "재정의 기조가 정치논리에 의해 결정됐다"면서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 "예산이 발표와 달리 짜였다"=보고서는 "정부의 발표와 실제로 편성된 예산내역 사이엔 거리가 있다"고 짚었다.

우선 경직성 경비가 전체 예산의 65.5%(73조7천억원)를 차지해 올보다 5.1%포인트나 늘어난 점을 꼽았다. 이로 인해 "재정의 유연성이 더욱 떨어졌다"는 것이다."정부.여당의 갖가지 공약 때문에 경직성 경비 규모가 더욱 늘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정부가 확대 방침을 밝혀온 사회간접자본(SOC).주택 건설(15조8천억원)분야가 예산 평균 증가율(6.9%)보다 낮은 6%만 늘어난 것에 대해 "노태우(盧泰愚)정부 당시 투자를 게을리해 현재 물류부문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과 같은 상황이 10년쯤 뒤에도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인건비 인상 재검토해야"=보고서는 특히 인건비를 문제삼았다. 인건비는 지난해 12.8%, 올해 16.5% 증가한 데 이어 내년 9.9% 늘어난다. 보고서는 "민간부문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정부채무가 걱정되는 현 시점에서 인건비의 증액은 경제적 논리론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다.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공부문의 인력을 13.2% 줄였다고 공식 발표한 것과 달리 중앙정부에서 보수를 받는 인력은 97년에 비해 올해 3.89%밖에 줄지 않았다. 반면 인건비는 지난해 이래 22%나 늘었다"며 "정부가 인건비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 재정 건전화나 재정기능 정상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 "정치논리로 사업추진 말아야"=보고서는 문제점이 있는 사업들도 지목했다. 김제 신공항 사업에 대해 "바로 옆에 군산공항이 있는데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정치논리로 무리하게 추진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벤처투자조합에 1천5백억원을 출자하는 것에 대해선 "시장에 맡겨야 할 사업을 정부가 나서 관치경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원증원 등 교육개선사업과 관련해선 "교원을 한꺼번에 뽑으면 자질이 부족한 교사도 대거 뽑힐 것"이라며 "전두환(全斗煥)정부가 대학생 정원을 두배 가까이 일시에 늘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제2건국위의 존속에 대해 "정치적 이유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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