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입 정시 판도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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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은 경쟁률과 합격선의 변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탐구영역 반영과목수와 비중의 변화, 모집단위 개편 흐름, 2012학년도 수능 수리 영역 강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안전지원과 치열한 눈치작전도 예상된다. 입시전문가들은 “경쟁률과 합격선의 변화로 예상치 못했던 결과들이 나올 수 있다”며 “변화 쟁점들을 미리 점검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대입 판도 변화의 중요 이슈들을 정리했다.

상위권 대학 지원 가능점수 상승 예상

서울대를 제외한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서강대 등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들이 탐구영역을 2과목만 반영한다.

성균관대·연세대의 인문계열과 한양대 인문·자연계열은 과목 수 뿐 아니라 탐구영역의 수능반영비율도 줄었다. 반대로 서강대·중앙대 자연계열은 탐구영역의 반영비율이 높아 졌다. 또 고려대·연세대·한양대 등은 수능우선선발 비중을 70%로 확대해 언·수·외 점수가 입시결과에 미칠 영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런 변화들에 대해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합격선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탐구영역을 2과목만 반영할 경우 상위권 대학 평균 합격선으로 예상되는 언·수·외·탐1.3등급 이내 학생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치른 유웨이중앙교육 모의고사 응시생 15만 여명 중 탐구영역까지 시험을 치른 8만9278명에 대한 분석 결과, 인문계열의 경우 탐구영역을 4과목 반영할 때 1.3등급 이내 학생이 427명(0.83%)이었다. 2과목을 반영하면 945명(1.84%)까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변화를 표준점수로 계산해봤을 때 상위 1% 대의 점수를 분석하면 542점에서 546점으로 4점이 상승했다. 자연계열도 비슷한 변화 추이를 보여줬다.

실제 정시모집에선 더 큰 폭의 점수 상승까지도 예상해야 한다. 수능에 강한 재수생이 대거 포함돼 전체 지원자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2과목 반영으로 서울대 하위권학과 지원생들이 연·고대 상위권 학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평가이사는 “정시모집에선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며 “예상 합격선에서 4~5점 정도의 점수 상승까지도 고려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집단위 개편에 따른 경쟁률·합격선 변화

지난해 정시모집에서 연세대·건국대(서울)·한국외대(용인)·세종대·한양대(에리카) 등이 일부 학부제를 학과제로 개편했다. 올해엔 건국대(충주)·덕성여대·숙명여대 등이 학과제 개편 흐름에 동참한다.

반대로 중앙대는 독일어문학·프랑스어문학·러시아문학 등을 유럽문화학부로 통합하고 경영경제대학은 총 6개 모집단위로 개편했다. 18개 단과대학, 77개학과가 10개 단과대학, 46개 학과로 통폐합된다.

이투스청솔 이종서 이사는 “모집단위 개편 흐름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경쟁률·합격선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먼저 상위권대학은 최근 들어 대학 이름을 보고 지원하는 경향 때문에 학과제로 개편된 일부 비인기학과의 경쟁률이 상승할 여지가 크다. 실제 2010학년도 연세대의 개편학과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철학과·사회학과·노어노문학과 등 전통적인 비인기학과의 경쟁률이 상승했다.

2009학년도 인문학부의 정시 경쟁률은 4.12였던 반면, 분할 개편 된 학과 중 철학과의 경쟁률은 4.89를 기록했다. 사회과학계열은 3.34에서 학과제 개편 이후 사회학과의 경쟁률이 5.42까지 올라갔다. 건국대(서울)의 경우도 철학과·사학과·지리학과의 경쟁률이 큰 폭으로 올라갔다. 경쟁률의 상승은 자연스레 합격선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하위권 대학에선 다소 혼잡한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이 평가이사는 “전체적으로는 각 대학 내 인기·비인기 학과 사이 경쟁률의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하위권 학생들이 일부 중위권 대학의 비인기학과를 집중 공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위권 학생들이 비인기학과 지원을 중위권 대학에 진입할 수 있는 틈새전략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인기·비인기 학과의 경쟁률·합격선을 고려하라 상위권과 중·하위권 학생들은 수능 준비·정시 지원에서 각자의 맞춤형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상위권 학생들은 전반적인 경쟁률·합격선의 상승 가능성을 고려하며 지원전략을 세워야 한다. 표준점수 기준으로 4~6점 정도의 여유를 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상위권 학생들은 지나치게 하향·안전지원을 하면 위험할 수 있다. 일부 최상위 모집단위와 일부 대학 특성화학과들의 경우 경쟁률과 상관없이 소신지원을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경쟁률에 너무 크게 현혹되지 말라는 말이다.

상위권 학생들은 탐구영역을 준비할 때 서울대를 목표로 하지 않는 이상 2~3과목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좋다. 대신 선택과목에서 최고점을 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탐구영역 축소에 따라 최상위권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서다.

단, 대학별로 응시조건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시험 과목을 준비해야 한다. 한양대의 경우 실제 반영은 2과목이나 지원자격에 3과목을 응시하도록 요구하고, 연세대 자연계열은 2과목 중 반드시 물리 또는 화학 과목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탐구영역 2과목을 집중공략하되, 자신의 실력보다 상위 대학의 비인기학과를 노리는 틈새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중위권대학의 비인기학과나 하위권 대학의 경우 원서 지원시 일부 학과가 모집정원에 미달될 수도 있다. 지원범위를 넓혀 이런 틈새를 노려볼 수도 있다.

[사진설명]지난해 연세대 철학과는 모집단위가 학과제로 개편되면서 지원 경쟁률이 높아졌다. 사진은 수업을 마치고 교정으로 나오고 있는 연세대 철학과 학생들.

<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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