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23% "가상세계가 더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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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가상세계가 현실보다 좋다."

본지 취재팀이 서울.경기지역의 10, 20대 남녀 네티즌 3백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네명 중 한명(86명.23%)이 이렇게 답했다.

34%(1백23명)는 "게임에 졌을 때 상대방에게 폭력 등으로 보복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응답했다.

조사는 ▶서울.경기지역 중.고교 6곳에서의 면접(3백47명)▶인터넷 게임 동호회원 e-메일 설문(20명)을 통해 이뤄졌다.

응답자의 8%인 29명은 심지어 '온라인 게임을 위해서라면 직장이나 학교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사이버 머니와 아이템 등이 실제 돈처럼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한 대답도 24%(89명)나 나왔다.

사이버 게임 중독증후군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함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특히 게임을 위한 모임에 가입한 상습 게임인구가 전체 응답자의 36%(1백31명)였고, 이중 13%인 17명은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가족.친구보다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34%(1백26명)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 학업이나 생활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라면 해킹 등 부정한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46%인 1백69명만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반면 '있을 수 있다'(25%.90명), '이해가 된다'(28%.1백3명),'해본 경험이 있다'(1%.5명)가 절반을 넘었다.

◇ "이제 제재할 때가 됐다"=전문가들은 급증하는 사이버 범죄와 폐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사이버범죄 전문가인 서울 강남경찰서 유재명 경사는 "현재 사이버 범죄를 다루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는 하루 수천건씩 이뤄지는 사이버 아이템 거래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게임.도박 관련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이동철(용인대 교수)위원은 "게임에 대해 사후에도 심의할 수 있도록 심의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같은 게임이라도 폭력성과 아이템 현금거래 정도가 낮은 청소년용을 따로 만들어 성인용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려대 인터넷 중독 상담센터 권정혜 소장,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윤영민 교수 등은 "마약 중독자만큼이나 온라인 중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상담사 육성 등을 예방책으로 제시했다.

손민호.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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