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 영어해설 대상 수상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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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를 잘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제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궁금해 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제 1회 전국 초·중학생 고궁 영어해설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장예린(서울 고명초6)·황혜정(서울 영훈국제중2)양은 영어는 물론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자원봉사 활동을호 자신감 쌓은 장예린 양

“경복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궁궐이에요. 근정전 월대에는 사방신(四方神)과 십이지신(十二支神)이 있는데 이는 복을 가져다 주는 상서로운 동물들이죠.” 장양은 경력 3년 차의 베테랑 문화유산해설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설명해주기 위한 수업을 들으며 기본기를 다졌다.

지난해에는 한국을 찾은 하버드대 재학생들과 미평화봉사단원들에게 경복궁을 안내했다. 장양은 어렵사리 우리나라를 방문한 이들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려주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인터넷과 백과사전, 역사책 등을 샅샅이 뒤져 대본을 충실히 만들고 부모님과 원어민 교사의 도움을 받아 번역도 매끄럽게 했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억양과 제스처까지 달달 외울 정도로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외국인들은 장양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이는 역사와 영어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자극이 됐다.

이런 경험은 대회에 참여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유창한 영어실력보다는 우리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장양은 “일상적인 단어를 사용해 쉽고 재미있게 해설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수상비결을 알려줬다. 대본을 여러 번 쓰고 다듬으면서 적절한 영어 단어를 선택하는 요령도 생겼다.“봉사활동 때 원수(元首: 국가의 우두머리)를 ‘enemy(怨讐)’로 바꿔 실수한 적이 있어요. 이번에는 한자를 확인해 문맥에 어울리는 단어를 골랐어요. 경복궁 안내판의 영어설명과 제 대본을 비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답니다.”

역사책 읽으며 정보를 수집한 황혜정 양

“창경궁은 작고 소박하지만 나름의 멋이 있는 궁궐이에요. 국가의 큰 행사를 치르던 명정전은 배산임수를 띠고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 궁궐의 공통적인 특징이죠.”황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1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했다. 황양이 살았던 미주리주는 큰 도시에도 한인식당이 없을 정도로 한국문화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 점이 늘 안타까웠던 황양은 한국으로 돌아와 역사와 문화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언젠가 미국에 다시 가면 한복이나 불고기, 고궁 같은 독특한 한국 문화를 알려주고 싶어서다. 대회 참가를 결심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황양은 손수 창경궁 사진집을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못보고 지나치는 소소한 부분까지 사진으로 찍어 상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국사교과서와 역사소설, 역사만화 등도 참고해 조선시대 역사를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는 왜곡되거나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창경궁 공식홈페이지를 방문해 정확한 정보를 골라 대본을 작성했다.

황양은 “역사는 특정부분만 보면 어렵지만 전체 흐름을 파악하면 금방 이해가 된다”며 “외국인들에게는 간략한 역사적 배경을 알려주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양 역시 수준 높은 어휘보다는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영어로 문장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외국인 중에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도 있잖아요.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알면 영어는 연습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설명]국제교류문화진흥원이 주관한 ‘전국 초·중학생 고궁 영어해설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황혜정(왼쪽)·장예린 양. 이들은 부상으로 10년 간 고궁 무료입장권을 받았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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