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638억 어이없이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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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적자에 시달리는 건강보험공단이 지난 9월 법원판결을 잘못 해석해 당연히 되돌려 받았어야 할 6백38억원의 보험급여(병원비 지원액)를 자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의원은 23일 국회 예결위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보험공단의 '보험료체납자 부당이득금 결정취소' '체납후 진료비 관련 압류건 압류해제 지시' 등 공문 2종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공단은 '2개월 이상 보험료가 밀려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병원을 이용, 부당한 보험혜택을 받았을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이 돈을 받아내려면 체납자에게 미리 알렸어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잘못 해석해 당연히 받아내야할 돈까지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문은 지난 8월 공단의 각 지사에 '법원 판결에 따라 징수금 결정을 취소한다'고 알렸고,지난 13일엔 '9월 23일 결정 취소했으니 압류도 일괄 해제하라'고 지시했다.9월 23일 당시 이미 징수한 돈은 2백12만3천5백건에 4백56억원이었다.

沈의원은 "판결(지난해 5월)취지는 밀린 보험료를 공단이 받아내려면 당사자에게 미리 통지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체납자는 지로로 내기 때문에 체납사실을 알고 있으며, 더구나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단이 자진해 부당이득금 환수를 포기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4백56억원을 환수 당한 가입자들이 반발하면 총 1천억원대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단측은 "법원판결은 납부방식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공단이 체납자에게 통지를 안해줬다는 행정절차상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라며 "공단이 체납자에게 통보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징수 포기 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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