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책세상] 논술을 꿰차는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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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논술 준비에도 왕도는 없다. 문제는 체계적인 공부는 학교에서도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그에 적합한 참고서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 '논술'의 개념 이해하기=출제와 채점에 참가한 교수들에 따르면 아직 논술과 작문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논술은 '자신의 주장을 담되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거를 제시하는 논변이 포함된 글쓰기'이다. 주장과 논거가 제시되기 위해선 당연히 논제는 '쟁점'을 포함하게 마련이다. 이를 참고서에선 흔히 '출제의도'라는 말로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특정한 결론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논술이 어떤 결론을 선택하느냐보다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중요하게 평가한다면 중요한 것은 '출제의도'가 아니라 '쟁점파악'이다.

여기에 근접한 책들로는 『논술 아카데미』(효성)와 『논술의 방법』(영인아이넷) 정도다.『논술 길잡이』(문학수첩)의 경우 주요 대학에서 논술시험을 치러야 할 수험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기본개념 이해에서부터 좋은 논술을 쓰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기르도록 짜여 있다. 다소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 배경지식 얻기=논술 출제교수들은 또 수험생들의 배경지식이 너무 없다고 지적한다. 그저 논제나 제시문이 담고 있는 내용을 재정리하는 수준이어서 보다 진전된 내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경지식이 중요하다'고 해서 누가 무슨 주장을 했고 어떤 고전에 무슨 내용이 있는가를 학습하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잘못이다. 어떤 사안이든 그를 둘러싼 논변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창성'이라는 것도 이런 지식을 배경으로 할 때 의미가 있다.

『논술 1.2.3』(김영사)은 모든 분야의 지식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파워논술특강』.『대입교양상식』(이상 자우출판사) 등도 비슷하다.

또 신문의 사설을 주제별로 소개한 경우도 있다. 『내가 아는 것이 진리인가』나 『이성은 언제나 정당한가』(이상 웅진)는 어떤 사안을 둘러싼 입장들 사이의 논변을 잘 정리하고 있다. 대학교 교양도서로 출간된 것이어서 다소 난이도가 높아 주요 대학 응시자들이 많이 읽는다.

◇ 고전 읽기=지금 짧은 시간에 많은 고전을 모두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배경지식을 늘려두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가령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형제 폐지','테러에 대한 보복테러의 정당성', '여성 할당제' 같은 주제에 대한 논변을 충분히 학습해둘 경우 이와 관련된 어떤 고전이 나오더라도 쟁점을 바로 포착하고 자신의 주장을 선택, 논리를 전개해 나갈 수 있다.

전체를 모두 읽을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을 경우 『김윤식 교수의 고전특강』(한국문화사)을 권하고 싶다. 전체 6권으로 된 이 책은 주요 고전을 전부 망라한 것은 물론 그 고전에서 핵심적 내용 부분을 소개하고 해당 전공자들이 해설을 해놓고 있다. 2권짜리 『고전의 명장면』(바위)도 그리 풍부한 편은 아니지만 일정한 질의 내용을 담고 있다.

◇ 논제 풀이=마지막으로 논술을 직접 작성해보자. 기출문제나 예상문제를 실어 놓은 시중 참고서들을 이용해볼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대부분 예시답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외워서 쓰는 논술의 경우 대부분 논점에 맞는 글을 쓰지 못해 심각한 감점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충분치는 않지만 『고전의 명장면』(바위) 논제편이나 『노환기의 퍼스트 논술』(고려출판).『에코 논술』(늘품미디어)도 '비판적'으로 읽는다는 조건에서 참고해볼 만하다.

한가지 더 주문한다면,각 대학의 출제경향을 정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공식적으로 각 대학이 발표하고 있는 출제원칙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화여대는 주로 철학과 윤리학 전공 교수들이 출제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낙태.마약.동성애.사형 등과 같은 윤리철학적 주제를 분석적으로 접근하기를 요구한다.

연대의 경우 철학과 함께 사회학 교수가 꼭 참가해 개인과 공동체 문제, 환경문제가 고정적으로 출제되고 있고 그것도 분석적으로 글을 쓰도록 요구하고 있다.

철학.문학교수들이 주로 출제하는 서강대의 경우 '변신론' 등과 같은 매우 철학적인 주제와 문학적 주제들이 병렬적으로 출제되는 경우도 있다. 대신 과거 서울대와 고려대의 경우는 분석보다 종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큰 주제들이 출제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김창호 학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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