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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힐’ 계속 신으시죠 … ‘뼈 깎는’ 고통 참을 수 있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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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신발을 신은 뒤에는 반드시 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발의 경직을 풀어주고, 티눈이나 상처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중앙포토]

두툼한 신발과 양말에 감춰졌던 발이 모습을 드러내는 계절이다. 발도 모양이 예뻐야 건강하다는 것은 상식. 문제는 볼이 좁고 딱딱한 신발에 의해 발이 끊임없이 혹사당한다는 사실이다.

몸무게 60㎏인 사람이 걸을 때 발뒤꿈치에 걸리는 하중은 몸무게의 50%인 30㎏. 나머지 15%(10㎏)는 엄지발가락에, 35%(20㎏)는 네 발가락에 실린다. 하지만 하이힐을 신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몸무게가 앞으로 쏠리면서 발가락이 ‘비명’을 지른다. 실험 결과 11㎝의 하이힐을 하루 종일 신고 있으면 발가락에는 압력밥솥의 4배에 달하는 압력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여성을 괴롭히는 발질환, 어떤 것이 있을까.

무지외반증 | 엄지발가락 휘고 관절 부어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방향으로 휘는 발 변형 질환. 가족력도 있지만, 70%는 잘못된 신발 착용이 원인이다. 굽이 높고, 발가락을 꽉 죄는 구두가 ‘원흉’. 발가락 관절이 붓고, 발가락뼈를 둘러싸고 있는 골막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유발된다. 여성 환자가 남성에 비해 5~6배 많다.

무지외반증도 초기에 치료받아야 한다. 발의 변형이 시작되고, 통증이 생기면 다른 발가락뼈에 영향을 미치고, 통증으로 걷는 자세가 나빠져 발목·허리·무릎 등 다른 관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보조기나 특수신발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엄지발가락의 튀어나온 부위가 아프고, 신발 신기가 불편해 오래 걷기 힘들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튀어나온 뼈만 깎는 수술을 했으나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엄지발가락의 뼈와 인대를 일자로 잡아주는 절골술로 재발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수술시간은 30~40분 정도. 부분마취로 회복도 빨라졌다.

힘찬병원 족부클리닉이 지난 2년간 무지외반증 수술을 받은 환자 756명을 조사한 결과, 재발됐거나 재발이 의심되는 환자는 13명(1.7%)이었다.

부평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서동현 과장은 “절골술도 원위부 절골술, 근위부 절골술 등 수술법이 다양하다”며 “환자마다 뼈의 튀어나온 정도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 절골술을 시행해야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소건막류와 망치족지 | 새끼발가락 돌출

무지외반증과 반대되는 ‘소건막류’는 새끼발가락이 돌출된 질환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편한 신발이나 특수 깔창으로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돌출이 심하면 뼈를 깎아내거나 관절 윗부분에서 새끼발가락을 안으로 밀어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발등의 튀어나온 부분인 아치가 높거나 평발일 때는 ‘망치족지’라는 변형이 생기기 쉽다. 발가락 첫째 마디가 망치처럼 구부러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폭이 좁은 구두를 오랫동안 신거나 두 번째 발가락이 긴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변형이 심하면 관절이 불안정해지면서 탈구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 발가락이 안쪽으로 변형될 경우, 엄지발가락과 겹쳐지는 교차 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족저근막염 | 조깅 등으로 발바닥 손상

족저근막염은 인구의 약 10%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하는 족저근막이 손상을 입는 질환이다. 마라톤·조깅 등 발바닥에 하중이 많이 실리는 운동을 하면 근막이 부분 파열돼 질환이 발생한다. 신발 바닥이 너무 딱딱하거나 쿠션이 없는 플랫슈즈, 근막에 비정상적인 부하가 걸리는 하이힐이 요주의 신발들이다.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려면 아킬레스건을 스트레칭해 주거나 기능성 깔창을 깔아 발바닥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 초기엔 소염제 등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한다. 최근에는 충격파를 쏴 통증 신경의 민감도를 낮추는 ‘체외 충격파’ 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지간신경종 | 발바닥 앞쪽 극심한 통증

발가락의 족저신경 조직이 단단해지는 질환. 3~4번째 발가락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8~10배 많다. 높은 굽의 구두가 ‘주범’이다. 체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발가락 신경 및 주변 조직에 압박을 가하기 때문. 걸을 때 발바닥 앞쪽이 타는 듯한 통증이 오며, 발가락이 저리거나 감각이 떨어진다. 신발을 벗으면 통증이 사라져 방치하는 여성이 많다. 통증을 없애는 국소 주사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강북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서우영 과장은 “인터넷으로 신발을 구매할 때 디자인만 보고 사는 사람이 많다”며 “본인의 발 모양이나 사이즈가 맞지 않을 경우 발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신발을 사기 전 반드시 20보 이상 이상 걸어서 착용감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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