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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나는 사인받는 사나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세계 각국 유명 인사의 사인을 모은 앨범을 들여다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40여년간 국내외 유명 인사의 사인 1천여장을 모아온 신현식(55.농업.경기도 여주시)씨. 주변 사람들은 그를 '사인맨'이라고 부른다.

申씨가 처음 사인을 받은 것은 16세 때인 1962년. 외신 뉴스에서 사인받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한번 저렇게 사인을 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동네 교회에 외국 선교사가 설교하러 왔기에 그의 사인을 받았다.

지금까지 사인받은 사람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부,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 등 외국 유명 인사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서부터 H.O.T.엄정화.이정현 등 신세대 가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申씨는 외국 유명인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큰 국제행사가 열릴 때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사인을 받으러 나선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공장에는 휴가계를 낸다. 최근엔 경기도 이천의 도자기 축제에 참석한 도공 2백여명에게 동양화 그림과 함께 사인을 받아왔다.

부인(52)은 처음에는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반대했지만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申씨는 "삼엄한 경비를 뚫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이달 초 고르바초프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세겹 이상 둘러싼 경호원들에게 자신의 앨범을 일일이 보여주며 설득한 끝에 겨우 사인을 받아낼 수 있었다.

申씨는 "앨범을 넘기면서 당시의 추억을 떠올릴 때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앞으로도 '사인맨'으로 남을 것"이라며 웃었다.

글=홍주연,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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