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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촛불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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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비겁한 촛불세력

올해는 공산주의 북한이 자유주의 남한을 침공한 지 60주년이다. 김일성 세력은 1948년 북한에 공산정권을 세운 지 2년 만에 전쟁을 일으켰다. 중국 공산당 세력은 49년 정권을 세운 지 1년 만에 북한의 적화(赤化) 전쟁을 대규모로 지원했다. 두 세력의 우정은 한국인에겐 비극적인 것이었다. 통일의 기회가 사라졌고 많은 가족이 죽고 갈라졌다. 이들의 우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며칠 전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천안함 집단살인사건’의 유력 피의자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외교적 탈출구를 제공했다.

두 세력의 잘못된 우정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세력은 미국이었다. 연인원 179만 명이 참전했으며 사망·실종이 4만여 명이었다. 치사율은 2.2%였다.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비는 이렇게 적고 있다. “그들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라로 갔다.” 인생의 꽃이 채 피기도 전에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높은 치사율을 무릅쓰고 들어본 적도 없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로 달려갔던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많아야 1억분의 1이라고 했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2.2%라는 높은 위험에 목숨을 내맡겼는데 2년 전 광우병 촛불세력은 1억분의 1을 가지고 난동을 부렸다. 폭력 시위대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수도 한복판을 불법 해방구로 만들었다. 경찰을 패서 경찰 400여 명이 다쳤다. 신문사들을 부쉈고 신문에 광고를 내는 업체들을 협박했다. 당시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2등급)’로 인정한 나라는 미국 등 6개국이다. 스위스·칠레·브라질도 들어 있다.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 와인의 나라 칠레,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쇠고기에 대해서도 그런 난동을 부렸을까.

광우병 촛불세력이 비겁한 건 동맹에 대해선 광분하면서도 적에게는 관대한 것이다. 천안함 폭침(爆沈)이 북한의 소행일 확률은 99.99%다. 1억분의 1을 가지고도 동맹국 미국을 공격하면서 99.99%의 살인 혐의자에 대해선 침묵한다. 2002년 효순·미선양 사건은 미군의 과실치사였다. 과실치사는 그토록 규탄하면서 북한군의 기획살인에 대해선 왜 침묵하는가. 광우병 촛불세력에는 상당수의 친(親)노무현 그룹이 포함되어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이념적 캐치프레이즈는 ‘사람 사는 세상’이다. 친노 세력은 ‘사람 사는 세상’을 원한다며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고함을 질렀다. ‘사람 사는 세상’을 외치면서 정당을 만들고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자며 표에 호소하면서 ‘사람 죽이는 세상’엔 왜 침묵하는가.

2006년 평택에서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국군과 경찰을 폭행했다.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는 대국민 호소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찰과 군인,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주민, 이 모두가 우리의 아들딸들이고 우리의 형제들 아닙니까.” 국가는 동맹국의 기지 건설이라는 약속을 지키려 했다. 그런데 시위대는 이에 반대하면서 국군을 폭행했다. 그런 시위대를 총리는 똑같이 ‘우리의 아들딸’이라고 했다.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총리가 그렇게 말했다. 그가 지금도 총리라면 천안함의 46명과 북한 잠수함 부대도 한민족의 똑같은 아들이라고 할 것인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는 이른바 급진진보 그룹이 많이 들어 있다. 이들은 한국 현대사는 부끄러운 역사라며 대표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비난한다. 박정희의 3선 개헌은 권력을 동원한 강압책이었다. 그러나 패밀리(family)의 우상숭배나 부패를 위한 장기집권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한 개발독재였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도 급진진보 그룹은 3선 개헌은 비난하면서 북한의 3대 독재세습에 대해선 침묵한다. 코끼리 같은 진실엔 침묵하고 바늘귀보다 작은 미신엔 흥분하는 광우병 촛불세력. 그들은 과연 정의로운가.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