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친노가 민주당 접수” 야권 “단일화 태풍 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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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선거는 결국 ‘구도 싸움’이란 말이 있다. 대결 구도가 어떻게 조성되느냐에 따라 승부도 큰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14일 ‘친노 심판론’을 앞세워 대대적 공세를 폈다. 6·2지방선거를 ‘신·구 정부의 대결’ 구도로 치르겠다는 전략이다. 야권은 이날 하루에만 두 개의 후보단일화를 속전속결로 성사시켰다. 한나라당과 일대일 대결 구도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친노 심판론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상수 인천시장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수도권 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동협약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민주당은 도로 열린우리당”=한나라당 정병국 사무총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국가살림을 망쳤던 이들에게 또다시 지방 살림을 망치도록 놔둘 수는 없다”며 “분배와 성장을 모두 놓친 세력에 또다시 내 고향 곳간열쇠를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16개 광역단체 가운데 서울·경기 등 9곳에서 친노 인사가 출마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맞서 ‘전(前) 정권 심판’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유시민 후보로의 단일화로 민주당은 친노 세력에 사실상 접수당했다”며 “민주당은 도로 열린우리당이자 노무현당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친노 세력에 반감을 가진 보수층의 결집뿐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비노(非盧) 세력의 이탈을 노린 발언이다.

홍준표 서울 선거대책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선거구도는 보수개혁론 대 좌파부활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 민주당 후보는 없고 친노 좌파가 전면에 포진했다. 우리가 2년 반 전 대선에서 압승했기 때문에 지금 구도가 나쁘지 않다”고 했다. 다만 그는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맞아 친노세력이 서울에 분향소를 차려놓고 마케팅을 하려 할 것”이라 고 우려했다.

정권 심판론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왼쪽부터)가 14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정책의제를 공동으로 실천하겠다는 선언대회를 치르고 있다. [김형수 기자]

◆“이명박 정부 심판 ”=야권은 단일화 바람몰이에 열중했다.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14일 민노당 이상규 후보와의 단일화에 합의했다. 오후엔 민노당 안동섭 후보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진보신당을 제외한 진보진영의 야 4당연대가 수도권에서 완성됐다. 야 4당 단일후보가 된 세 사람은 이날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수도권 야권 3후보 공동실천 선언대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한 후보는 “세 후보가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 태풍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단일화의 위력이 폭풍처럼 몰아칠 것”이라며 “공동선대위원장(손학규·정동영·김근태 등)들도 수도권에 집중 유세지원을 나가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여권이 선거구도를 ‘친노 대 현 정권’ 간의 대결로 끌고 가려는 것에 대해선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일부 국민의 반감은 서거와 함께 희석이 된 지 오래”라며 “바닥민심이 확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글=강민석·허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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