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판정시비 임원들 스스로 용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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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김운용 대한체육회장 겸 세계태권도연맹(WTF) 회장이 대한태권도협회장과 국기원장에서 물러난 데는 '범태권도 바로세우기 운동연합'의 역할이 컸다.

이 모임은 용인대와 경희대 출신 졸업생과 현장 사범들로 구성돼 있다. 회원 중에서도 용인대 태권도학과 양진방(44.사진)교수가 추진력과 논리성을 앞세워 태권도개혁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영남대 경제학과를 나와 서울대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체육교육학 석.박사 학위를 딴 양교수를 만났다.

-김운용 총재의 국기원장 사퇴로 '개혁 세력'의 목표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기본적으로 바라던 바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판정 시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 아직도 임원으로 태권도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스스로 용퇴해야 할 것이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발전하고 있다. 굳이 '개혁'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은 태권도계의 숙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태권도의 전부는 아니다. 태권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권도인들의 성장과 복리며 국내적으로는 도장과 교육, 그리고 문화로서의 태권도를 존중하고 국제적으로는 태권도가 한국의 정신문화를 대표할 수 있게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태권도계를 이끈 김총재의 독단적 리더십으로서는 새로운 마인드가 창출할 수 없었다."

-개혁 세력이 용인대와 경희대 위주로 구성돼 새로운 파벌이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이번 운동에 용인대.경희대가 중심이 된 것은 두 대학 태권도학과의 역사가 가장 길고 현장에 있는 동문 지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운동은 파벌이라는 관점보다 태권도계에 새로운 의식과 실력을 갖춘 차세대군의 부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김총재의 퇴진으로 태권도계의 수장이 사라져 더 큰 혼란이 빚어지는 것 아닌가.

"단기적으로 힘의 공백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발전적 혼란이라고 보고 싶다. 김총재가 지금까지 이룩한 공적을 전면으로 부인하진 않겠다. 김총재는 물론 원로인사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 등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

-태권도계 차기 집행부를 개혁 세력이 전적으로 장악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 19일 운동연합 간부들이 네시간 마라톤 회의를 했다. 우리의 역할은 비판.견제.조언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새로운 집행부가 적법한 과정을 통해 선출되는지 감시자 역할을 맡을 것이다.태권도를 장악하려는 인사가 아닌 태권도를 위해 헌신하려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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