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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주5일 근무제 난항 우리 입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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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연내 입법이 이뤄질 것 같던 주5일 근무제 도입이 난항이다. 한국노총은 연월차수당 보전 문제로 경영계와 갈등을 빚다 지난 18일 노사정위의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 한국노총은 한걸음 더 나아가 총파업 카드로 정부와 경영계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계는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주5일 근무제 도입, 왜 어려운지 양측 진두지휘자를 직격 인터뷰해 들어본다.

*** 한국노총 이정식 본부장

-그동안 협상을 잘 진행해 오다 갑자기 중단했다. 무슨 의도냐.

"사실 파업선언 이면에는 '정부가 재계에 압력을 넣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해달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정부의 조치를 지켜보겠다."

-너무 일방적이지 않은가.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영계가 임금 및 노동조건을 현재 수준과 맞춰주지 않는다면 주5일 근무제가 무슨 소용 있겠는가."

-정부가 나선다고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정부가 경영계를 압박하다 안되면 정부 입법으로 가야 한다. 정부 입법조차 연내에 안되면 내년 봄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다."

-노동계는 원래 정부 입법에 반대하지 않았는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내년에 지방자치단체장과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이 점을 십분 활용할 것이다. 정부 입법으로 가면 우리는 국회로 달려갈 것이다. 우리의 요구에 대해 각 당과 의원들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선거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정부를 불신했기 때문에 정부 입법을 반대한 것 아니었나.

"처음부터 정부 입법으로 가는 것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주5일 근무는 정책이므로 국가가 정책을 제시하고 세부사항은 실시하면서 고치는 것도 괜찮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일단은 주5일 근무제 도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사 대립부분을 합의로 끌고 가려는 것이 문제다."

-경영계가 상당히 양보했다는 말도 나오는데.

"경영계가 임금보전에 합의해 놓고 이제 와서 연월차 수당은 보전해주지 못한다고 발을 뺀다. 연월차 수당이 줄면 현재의 연봉은 물론 퇴직금조차 깎이게 된다. 물러설 수 없는 문제다."

-연월차수당 문제를 경영계가 양보하면 다른 것을 양보하겠는가.

"우린 양보할 것이 없다.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 주5일 근무제 도입의 명분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에서는 한국노총이 산하 대기업노조와 장기 근속자를 챙기려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불리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데.

"어불성설이다. 민주노총엔 대형 사업장이, 한국노총엔 비정규직이 더 많다. 어차피 공공부문이나 금융.대기업부터 주5일 근무를 실시할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주5일제 분위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 경총 김영배 전무

-주5일 근무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경영계 입장에 변화는 없는가.

"현재의 경제상황은 엉망이다. 내년 경제사정이 더 악화되면 대량해고 사태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주5일 근무제는 우리에겐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지난해 주5일 근무제 도입에 합의했을 때도 경제사정은 좋지 않았다.

"그때 합의는 '국제수준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노동계가 월차휴가 등 세계 어느 나라에도 예가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경영계의 소극적 태도를 비난하며 파업까지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협상에 성실하게 임했다. 대통령이 1999년 민주노총에 주5일 근무제를 임기 내에 도입하겠다고 약속하는 바람에 논의의 장에 나왔지만 주5일 근무제가 대세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냥 휩쓸려 끌려갈 수는 없다."

-노동계는 경총이 지난 보궐선거 뒤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합의도 않았는데 무슨 입장변화인가. 오히려 노동계가 내년 선거를 겨냥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보인다. 협상 테이블을 떠나면서 '연내 입법'이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계와의 협상보다 정부입법을 원하는 것은 아닌가.

"내년 선거 때문에 정부입법으로 가면 우리가 불리할 것이다."

-대한상의회장은 정부입법을 주장하지 않았는가.

"그 이면에는 여소야대 하에서는 정부입법을 해도 어차피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연.월차 수당 보전문제가 협상의 파국을 불렀는데.

"우리는 정액임금에 대해 보전을 약속했다. 현 근로기준법에는 일하지 않는 일요일에 대해서도 8시간분의 임금을 주도록 돼 있다. 주5일 근무가 되면 토.일요일 근무분이 월급에서 빠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토요일 4시간, 일요일 8시간 등 총 12시간의 임금을 보전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변동임금인 연.월차 수당까지 달라고 한다. 이는 현재 기업이 가진 경제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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