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e언어 뜻 풀이 해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 권미경씨가 인터넷 신조어의 뜻을 보통 말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인터넷에는 신조어(新造語)가 판을 친다. 똘추(바보, 멍청이).애슬이(애니콜슬라이드폰).렉사(갑자기 게임이 멈춰 자신의 캐릭터가 아웃됨).ㅇㅋㅂㄹ(오케바리).므흣(흐뭇하다) 같은 말은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뜻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다음소프트 지식분석팀의 권미경(34)팀장은 인터넷 언어(e언어) 덕분에 각광받는 사람이다. e언어분석사로 불리는 권 팀장은 팀원 네 명과 함께 e언어를 적합한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을 한다.

"남들과 똑같은 단어를 쓰기 싫어하고 뭔가 튀고 싶어하는 신세대들이 주로 e언어를 만들고 퍼뜨리죠.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언어 파괴가 심해도 되는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권 팀장은 최근 들어 인터넷 신조어가 한 달에 1000여개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신조어를 접할 때마다 관련 사이트를 뒤지거나 커뮤니티에 문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뜻을 파악하고 적합한 대체용어를 찾아낸다.

e언어와 대체용어들은 데이터베이스(DB)화 해 e언어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 때 자료로 활용한다. e언어 분석프로그램은 e언어를 자동으로 적절한 다른 말로 변환해주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주요 고객은 기업체의 고객서비스센터나 정부기관의 민원처리 부서 등이다. 예컨대 기업체의 고객서비스센터 사이트에 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이상한 e언어로 문의를 하더라도 자동적으로 질문의 뜻을 파악할 수 있다. 채팅사이트에서 사람 대신 대화 상대를 해주는 채팅로봇에도 이 프로그램이 사용될 수 있다.

덕성여대 화학과 출신인 권 팀장은 한 벤처기업에서 콘텐트 기획업무를 하다 2000년 다음소프트에 입사했다. '한글 지킴이'의 재미에 빠져 아직 짝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주변에서는 말한다.

하지윤 기자 <hjyun@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