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끝내 항복한 최철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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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13보 (228~252)]
黑. 최철한 9단 白.구리 7단

최정상의 기사들은 여간해서 던지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아무리 불리한 바둑도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일본에선 사카타 에이오(坂田榮男)9단이 대표적이다. 그는 "내가 실수해 불리해진 것인데 상대도 실수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그의 바둑엔 끝까지 계가해 15~20집 진 바둑이 많다.

조훈현9단에게도 항복은 거의 없다. 曺9단의 기보엔 바둑의 신이 와도 안 된다는 바둑을 끝끝내 쫓아가 역전시킨 바둑이 참 많다.

특히 중요한 세계기전에서 이런 일은 곧잘 벌어졌다. 크게 불리한 바둑을 끝끝내 뒤쫓는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참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승부세계란 그런 고통을 이겨내는 강인함과 질긴 생명력 없이는 정상에 설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명한 기사 중에도 잘 던지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너무도 담백한 김인9단은 바둑이 맘에 안 들게 짜이면 도전기라도 쉽게 던지곤 했다. 이세돌9단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돌을 던져 몇번이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판은 검토실의 고수들이 일찌감치 백의 승리를 단언했다. 대마가 사활을 건 패싸움을 하고는 있지만 흑엔 팻감이 부족하고 그래서 대마가 살면 집이 부족한 흑이 지는 것은 자명한 코스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최철한9단은 대마가 살아버린 이후에도 상변에서 또 한번 대변화를 일으키며 최후의 도전을 감행했고 아쉽게도 한수 차이로 대마가 옥쇄하고 만다.

최철한은 282수에서 결국 항복하는데 252 이하는 총보로 미룬다(226=▲, 238=⊙).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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