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지금 사도 안늦나" 대세 상승론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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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주식값이 줄기차게 오르고 있다.

9.11 미국 테러사태 직후 468포인트(9월17일 연중최저치)까지 밀렸던 종합주가지수는 파죽지세로 500선과 600선을 돌파하더니 19일 한때 630을 넘기도 했다.이날 종가는 626.43으로 지난 5월29일 기록했던 연중최고치(632.05포인트)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증시에선 “이제 안심하고 주식을 사도되는 대세상승기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진단이 힘을 더하고 있다.그러나 “항상 그랬듯 모두들 낙관론으로 돌아설 때가 주가의 단기 상투권이었다”는 경계론도 만만치않다.

◇ 왜 오르나=무엇보다 외국인들 덕분이다. 테러사태 직후 잠시 주식을 내다 팔았던 이들은 9월 말부터 줄기차게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10월 이후 이제껏 2조6천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ING베어링증권 박종만 전무는 "외국인들은 테러사태 이후 각국의 통화.재정지출 확대로 돈이 넘쳐 해외 주식 매수에 다시 눈을 돌렸다"며 "때마침 아르헨티나와 일부 동남아 국가 등이 금융위기를 겪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과 대만으로 몰리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외국인들은 미국을 필두로 내년 하반기께는 세계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경기회복 기대감'에 내기를 거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요즘 주가 상승은 한국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증시도 뜨겁다. 이런 가운데 한국 증시는 그동안의 구조조정 성과나 기업들의 실적, 세계경기 회복 때 혜택이 큰 수출주도형 산업구조 등에 비추어 저평가된 주식이 많은 곳으로 외국인들은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대세 상승인가, 유동성 장세인가=문제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아직 경기회복을 가늠케 하는 뚜렷한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나온 미국의 산업활동동향(13개월 연속 하락)에서 보듯 경기침체의 골은 계속 깊어지고 있다.

만약 내년 상반기에 들어서도 경기가 좋아질 조짐이 나타나지 않으면 경기회복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주가는 다시 주저앉을 것이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제는 무려 10년 호황을 거쳤기 때문에 침체 기간도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증시의 대세상승이라기보다는 돈의 힘으로 주가가 밀려올라가는 유동성 장세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2개월간 주가지수가 35%나 오른 만큼 뒤늦게 투자에 나설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세상승론을 펴는 대우증권 신성호 투자전략부장은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채권금리도 오름세로 돌아서 금융자산이 안전한 채권에서 위험부담이 따르는 주식쪽으로 이동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길게 내다보고 주식을 장기 보유하려는 투자자라면 주식보유를 계속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대세상승쪽의 전문가들도 "단기 과열을 식히기 위한 휴식기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종합지수는 내년 2분기께 650~680까지 오를 것으로 보지만, 단기적으론 580 정도로 후퇴하는 조정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도 "길게 보면 지수 700~750선을 넘어서는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지만 조급하게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조정국면을 노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 국내 기관 움직임이 최대 관건=1998년 가을에 시작됐던 대세상승 때를 봐도 초기엔 외국인들이 장세를 주도했지만, 결국 국내 기관들이 매수에 가세해 '쌍끌이 장세'를 펼치면서 주가는 한단계 더 도약했다.

그동안 계속 주식을 팔았던 기관은 지난주말과 19일 모처럼 모두 1천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매수를 위한 일시적인 현상인지, 추세의 전환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는 "최근 장기증권저축 펀드형상품으로 시중자금이 솔솔 유입되고 있다"며 "돈이 들어오면 기관도 주식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유망 종목은=주가가 이미 많이 올라 새로 투자에 나서는 사람은 고민이 클 것이다.

메리츠투자자문 박종규 사장은 "많이 오른 삼성전자.포철 등 블루칩은 더 크게 오르기엔 힘이 달릴 것"이라며 "실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을 찾거나, 앞서 오른 뒤 쉬고 있는 종목들을 사는 게 비교적 안전해 보인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주가 오름세가 전개됐지만, 앞으로 중소형 개별 실적주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광기.이희성.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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