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스터 로직’ 다시 TV토론장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토론에 모시고 싶은 분이요? 정운찬 총리와 박근혜 전 대표가 함께 세종시 끝장 토론을 연다면 중계하고 싶습니다.”

단정한 말투와 신뢰감 주는 얼굴, 균형 잡힌 화술로 인해 ‘미스터 로직(logic: 논리)’으로 불리는 왕상한(47·사진) 서강대 교수(법학)가 TV토론 프로그램 진행자로 복귀한다. 15일 개편 첫 방송하는 KBS1 TV ‘생방송 심야토론’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시기다. 그는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설렌다”고 소감을 말했다.

“워낙 쟁쟁한 진행자들이 이끌어온 국내 최장수·대표 토론프로 아닙니까. 치우침이 없는 토론 문화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에 선뜻 맡았습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좋은 토론 프로는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돼서 시청자가 바른 판단을 하게 돕는 프로”다. 때문에 “진행자의 성향에 따라 토론 흐름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2000년부터 3년5개월간 했던 EBS ‘여론광장’(전 ‘난장토론’)도 그런 신념으로 이끌었다. 요즘은 국회방송 ‘시사와이드 생방송 여의도저널’을 진행하며 날마다 전·현직 정치인을 접한다. “상당히 많은 국회의원을 뵈었는데, ‘정말 아니다’ 싶은 분도 있더군요.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하다고나 할까요.”

그가 생각하는 토론의 제1 원칙은 존중과 배려다. “상대 의견을 존경하진 못해도 다를 수 있음을 존중할 수 있는 문화가 아쉬워요.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모든 결정은 최대 공약수를 찾아가는 과정이어야죠. 그런데 사람들이 통보에만 익숙하고 과정에는 미숙해요. 우리 사회가 소위 ‘촛불사태’를 겪고 나서도 요즘 다시 ‘4대강’으로 혼란스러운 게 아쉽습니다.”

반듯한 화법은 컬럼비아대 로스쿨 과정, 그리고 통상법 전문가로서 정부 협상대표로 일한 경험에서 제련된 것이다. 닥치는 대로 읽는 방대한 독서도 논리적 사고의 자양분이다. 말을 잘하는 비결을 묻자 “먼저 잘 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해시키기 앞서 이해하려는 마음이 먼저여야 합니다. 내가 어떻게 이 말을 전달하면 좋을까를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는 분이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말 잘하는 사람입니다.”

강혜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